그리스로마신화 이야기
› 트로이 전쟁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일리아스 줄거리 결말 정리 | 트로이 전쟁 10년째, 아킬레우스의 분노에서 헥토르의 장례까지

일리아스 줄거리 결말 정리 | 트로이 전쟁 10년째, 아킬레우스의 분노에서 헥토르의 장례까지

그리스군 최고의 전사가 바닷가에 홀로 앉아 울고 있어요. 트로이를 함락시키러 온 사람이 정작 바라는 건 자기 편이 지는 것입니다.

아킬레우스는 어머니인 여신 테티스에게, 제우스가 한동안 그리스군 대신 트로이군에 승리를 몰아주도록 부탁해달라고 청합니다. 자신을 무시한 총사령관 아가멤논이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하려는 것이었죠. 일리아스는 바로 이 뒤틀린 소원에서 출발하는 이야기입니다.

트로이 전쟁 10년이 아니라, 그 마지막 해의 한 시기

일리아스는 호메로스가 지은 24권짜리 서사시예요. 그런데 이 24권이 다루는 시간은 10년에 걸친 트로이 전쟁 전체가 아니라, 전쟁 10년째 되던 해의 한 시기입니다. 하루 이틀의 이야기가 아니라 역병, 사절단, 여러 날의 전투와 애도, 열흘 넘는 장례 준비까지 이어지는 기간이에요.

이야기는 아킬레우스와 아가멤논이 전리품 하나를 두고 다투는 장면에서 시작해, 헥토르의 장례로 끝나요. 목마를 이용한 계략도, 트로이의 함락도, 아킬레우스 자신의 죽음도 이 24권 안에서는 벌어지지 않습니다. 이 구분을 먼저 해두면 뒤에 나오는 사건들이 왜 전쟁 초반이 아니라 10년째 해에 몰려 있는지 헷갈리지 않아요.

전리품 하나가 갈라놓은 그리스 진영

발단은 아폴론의 사제 크뤼세스가 그리스군 진영을 찾아오면서 시작됩니다. 그는 딸 크뤼세이스를 전리품으로 붙잡아 간 아가멤논에게 몸값을 내밀며 딸을 돌려달라고 청했어요.

다른 장수들은 몸값을 받고 돌려주자는 쪽이었지만, 아가멤논은 매몰차게 거절합니다. 그는 크뤼세이스를 아르고스의 자기 집에서 늙도록 데리고 있겠다고 말하며 사제를 그냥 돌려보내요.

모욕당한 크뤼세스가 아폴론에게 기도하자, 신은 그리스군 진영에 아흐레 동안 역병의 화살을 쏟아붓습니다. 병사들이 죽어 나가자 아킬레우스가 회의를 소집했고, 예언자 칼카스는 아가멤논이 크뤼세스를 함부로 대한 게 원인이라고 밝혀요.

아가멤논은 결국 크뤼세이스를 돌려주기로 하지만, 그 대신 아킬레우스의 전리품인 브리세이스를 빼앗겠다고 선언합니다. 화가 난 아킬레우스가 칼을 뽑으려는 순간 여신 아테나가 나타나 그를 말리고, 훗날 그만한 보상을 받게 될 거라고 약속해요.

브리세이스가 실제로 끌려간 뒤, 아킬레우스는 바닷가에서 어머니 테티스에게 이 억울함을 하소연합니다. 테티스는 열이틀 뒤 올림포스로 올라가 제우스에게 아들의 부탁을 전했고, 제우스는 그리스군이 아킬레우스를 제대로 대접할 때까지 트로이군에 승리를 안겨주겠다고 약속해요. 이 한 번의 약속이 앞으로 벌어질 모든 전투의 흐름을 바꿔놓습니다.

헥토르가 전장 한복판에서 집에 들른 이유

제우스의 약속대로 전세가 트로이 쪽으로 기울자, 트로이의 수호자 헥토르는 잠시 성문 안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어머니 헤카베에게 아테나 신전으로 가서 가장 좋은 옷감을 제물로 바치고, 도시를 지켜주면 소 열두 마리를 바치겠다고 기도해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였어요.

성으로 향하던 길에 헥토르는 아내 안드로마케와 어린 아들 아스티아낙스를 스카이아이 성문에서 마주칩니다. 안드로마케는 남편이 전장에서 죽으면 자신은 과부가 되고 아이는 아버지 없이 자랄 거라며 싸움에 나가지 말라고 매달려요.

헥토르는 투구를 벗어 아이를 안으려 했지만, 아스티아낙스는 번쩍이는 투구에 놀라 유모 품으로 숨어버립니다. 헥토르는 웃으며 투구를 내려놓고서야 아들을 품에 안고, 아내를 다독인 뒤 다시 전장으로 향해요.

같은 날 전장에서는 그리스의 디오메데스와 트로이 편의 글라우코스가 마주쳐 결투 직전까지 갑니다. 그런데 서로의 집안 내력을 묻던 두 사람은 조상 대에 손님으로 우정을 나눈 사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칼을 거두는 대신 갑옷을 바꿔 낀 뒤 각자의 진영으로 돌아갔어요. 전쟁 한복판에서도 이런 예외적인 장면이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선물 열두 가지로도 되돌리지 못한 마음

트로이군에게 계속 밀리자 아가멤논은 결국 아킬레우스를 달래기로 합니다. 노장 네스토르의 제안으로 포이닉스, 아이아스, 오디세우스가 사절단이 되어 아킬레우스의 막사를 찾아가요.

아가멤논이 내건 조건은 파격적이었습니다. 세발솥 일곱 개와 금 열 달란트, 가마솥 스무 개, 상 받은 말 열두 필에 더해 브리세이스까지 돌려주고, 손대지 않았다고 맹세하겠다는 것이었어요. 전쟁이 끝나면 자기 딸 하나를 아내로 주고 부유한 성읍 일곱 곳을 지참금으로 얹어주겠다는 약속까지 붙였습니다.

그런데 아킬레우스는 이 모든 제안을 단칼에 거절해요. 자신은 아가멤논에게도, 다른 그리스인에게도 마음을 풀지 않겠다고 못 박고, 날이 밝으면 배를 이끌고 고향 프티아로 돌아가겠다고 말합니다.

어릴 때부터 그를 길러온 포이닉스는 눈물을 흘리며 매달렸어요. 신들도 기도와 제물로 마음을 풀어주는데 사람이 그러지 못할 이유가 있느냐며, 한때 싸움을 거부하다 명예와 보상을 모두 놓친 멜레아그로스의 이야기까지 들려주며 설득합니다.

아이아스는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몰아붙였어요. 그리스군 전체가 이만한 선물을 내밀며 진심으로 대접하는데도 마음을 풀지 않는 건 너무 매정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아킬레우스는 헥토르가 자기 막사 코앞까지 쳐들어오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않겠다는 말만 남기고, 결국 사절단은 빈손으로 돌아가요.

갑옷을 빌려준 대가

전투가 계속되면서 그리스군의 배가 불타기 직전까지 몰리자, 아킬레우스의 절친한 동료 파트로클로스가 눈물을 흘리며 그를 찾아옵니다. 자기가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입고 나가면 트로이군이 겁을 먹고 물러날 거라며, 대신 싸우게 해달라고 청해요.

아킬레우스는 허락하면서도 조건을 분명히 못 박습니다. 배에서 트로이군을 몰아내면 곧바로 돌아오고, 헥토르와는 절대 맞붙지 말라는 것이었어요. 너무 깊이 밀고 들어가다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경고였습니다.

갑옷을 입고 나선 파트로클로스는 예상보다 훨씬 큰 전과를 올려요. 배를 위협하던 불길을 꺼뜨리고 트로이군을 성벽 쪽까지 밀어붙였으며, 그 와중에 리키아의 지휘관 사르페돈까지 쓰러뜨립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였어요. 승세를 탄 파트로클로스는 아킬레우스의 경고를 잊고 성벽 가까이까지 추격해 들어갔고, 그 순간 아폴론이 뒤에서 그를 내리쳐 투구를 벗기고 창을 부러뜨립니다. 이어 에우포르보스가 등을 창으로 찔렀고, 마지막으로 헥토르가 다가와 결정타를 꽂아 넣었어요.

숨이 끊어지기 직전, 파트로클로스는 헥토르에게 당신도 곧 아킬레우스의 손에 죽을 거라는 말을 남깁니다. 자신의 죽음이 곧 상대의 죽음을 예고하는 이 장면은, 이야기 전체의 흐름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꺾어놓아요.

소식을 들은 아킬레우스, 그리고 새 갑옷

전령 안틸로코스가 달려와 파트로클로스가 죽었고 그의 갑옷을 헥토르가 차지했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아킬레우스는 그 자리에서 머리에 흙먼지를 뿌리고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오열해요.

아들의 울부짖음을 들은 테티스가 바다에서 올라와, 헥토르를 죽이고 나면 자신도 곧 죽을 운명이라고 미리 알려줍니다. 그러면서도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를 찾아가 아들에게 새 갑옷을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해요.

갑옷이 완성되기 전, 아킬레우스는 무기도 없이 참호 옆에 서서 큰 소리로 외칩니다. 아테나가 그의 머리 주위에 빛나는 후광을 씌워준 상태였고, 그 외침만으로 트로이군은 혼비백산해 물러났으며 그 과정에서 적장 열두 명이 목숨을 잃었어요. 그 틈을 타 그리스군은 파트로클로스의 시신을 되찾아 밤새 애도할 수 있었습니다.

성벽을 세 바퀴 돈 추격, 그리고 헥토르의 죽음

아킬레우스가 새 갑옷을 입고 전장에 나서자 트로이군은 뿔뿔이 성안으로 도망칩니다. 프리아모스와 헤카베는 성벽 위에서 아들 헥토르에게 안으로 들어오라고 애원했지만, 헥토르는 폴리다마스의 조언을 듣지 않고 무모하게 나섰다가 이 지경을 만들었다는 비난이 두려워 성 밖에 홀로 남기로 해요.

그러나 군신처럼 다가오는 아킬레우스를 실제로 마주하자 헥토르는 두려움에 몸을 돌려 달아나고 맙니다. 두 사람은 트로이 성벽을 세 바퀴나 돌며 쫓고 쫓기는데, 이 광경을 지켜보던 제우스가 잠시 헥토르를 살릴지 고민하다 결국 아테나의 뜻에 맡겨요.

그때 아테나가 헥토르의 동생 데이포보스로 변신해 나타나, 함께 아킬레우스와 맞서 싸우자고 부추깁니다. 헥토르는 동생이 도와주러 나와준 줄로 믿고 고마워하며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요.

헥토르는 서로의 시신을 훼손하지 말자는 약속을 제안했지만, 아킬레우스는 사람과 사자 사이에 그런 약속은 없다며 거절합니다. 창을 주고받는 대결 끝에 아킬레우스의 창이 헥토르의 목을 꿰뚫었고, 헥토르는 숨이 끊어지기 직전 자신의 시신을 부모에게 돌려달라고 청했지만 아킬레우스는 이마저 거절해요.

아킬레우스는 헥토르의 갑옷을 벗겨낸 뒤 시신의 발목을 전차에 묶어 그리스군 진영 쪽으로 끌고 갑니다. 성벽 위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프리아모스와 헤카베, 그리고 아내 안드로마케는 그 자리에서 오열해요.

프리아모스가 밤에 몰래 찾아간 이유

아킬레우스는 그 뒤로도 날마다 파트로클로스의 무덤 주위로 헥토르의 시신을 끌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아폴론이 황금 방패로 시신을 감싸 보호해준 덕분에, 여러 날이 지나도 시신은 훼손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어요.

보다 못한 신들은 이 상황에 불쾌해합니다. 아폴론은 아킬레우스를 사나운 사자에 빗대며 자비가 없다고 비난했고, 헤라는 아킬레우스 편을 들었어요. 결국 제우스는 이리스를 보내 테티스를 불러오게 했고, 테티스가 아들 아킬레우스에게 몸값을 받고 시신을 돌려주라는 제우스의 뜻을 전합니다. 프리아모스 쪽에는 따로 헤르메스를 보내 그의 밤길을 안전하게 이끌게 했어요.

프리아모스는 금과 세발솥, 값진 옷감을 수레에 가득 싣고 밤을 틈타 아들의 원수를 찾아 나섭니다. 헤르메스가 젊은이의 모습으로 나타나 그를 그리스군 보초들 곁으로 몰래 이끌었는데, 보초들을 깊이 잠들게 하고 진영 문의 빗장까지 직접 열어주었어요.

아킬레우스의 막사에 들어선 프리아모스는 그의 무릎을 붙잡고 애원합니다. 자신에게도 아들이 쉰 명이나 있었지만 이 전쟁으로 이미 많은 아들을 잃었고, 그중에서도 도시를 지켜주던 헥토르마저 잃었다며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아버지 펠레우스를 떠올려달라고 호소해요. 아킬레우스는 그 말에 마음이 움직여 함께 눈물을 흘리고, 결국 몸값을 받아들이는 대신 열이틀 동안 싸움을 멈추기로 약속합니다.

헥토르의 시신은 씻기고 수의로 감싸져 프리아모스의 수레에 실렸어요. 헤르메스는 날이 밝기 전 프리아모스를 무사히 트로이 성으로 돌려보냈고, 카산드라가 가장 먼저 그의 귀환을 알아채 성 전체에 소식을 전합니다. 안드로마케와 헤카베, 헬레네가 차례로 애도를 마친 뒤 아흐레 동안 장작을 모았어요. 열흘째 되는 날 아침에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며 헥토르를 장작더미 위에 올리고 불을 붙였고, 열하루째 새벽에 다시 모여 아직 타고 있는 불을 포도주로 끈 다음 흰 뼈를 거둬 자줏빛 옷감에 싸 황금 항아리에 담았습니다. 그 항아리를 무덤에 넣고 큰 돌로 덮은 뒤 그 위에 봉분을 쌓고, 프리아모스의 궁으로 돌아가 장례의 식사를 나누는 것으로 일리아스는 끝을 맺어요.

목마도 아킬레우스의 죽음도, 이 24권 안에는 없다

여기까지가 일리아스 24권이 실제로 담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흔히 트로이 전쟁 이야기 하면 떠올리는 목마 작전이나 트로이의 함락, 아킬레우스가 발뒤꿈치에 화살을 맞고 죽는 장면은 이 서사시 안에 나오지 않아요.

이런 사건들은 일리아스 이후에 벌어지는 다른 전승과 후대 서사에 속합니다. 일리아스를 트로이 전쟁 10년 전체의 기록으로 오해하면, 왜 이야기가 헥토르의 장례에서 뚝 끊기는지 이해하기 어려워요. 이 작품은 처음부터 전쟁 전체가 아니라 아킬레우스의 분노 하나를 따라가는 이야기로 설계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를 원전으로 직접 읽고 싶다면

여기서 정리한 흐름은 사건과 인과관계 중심으로 다시 짠 줄거리예요. 실제 원문에는 크뤼세스의 탄원, 안드로마케의 절규, 프리아모스가 무릎을 꿇고 건네는 말들이 훨씬 길고 생생하게 담겨 있어서, 요약만으로는 그 무게가 다 전달되지 않습니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이어서 읽고 싶다면, 두 서사시를 함께 묶은 세트도 있어요. 원전번역 일리아스 오뒷세이아 세트 : 2015년 개정판 표지관련 도서 추천원전번역 일리아스 오뒷세이아 세트 : 2015년 개정판원작 완역본 책 보러 가기 →

번역자별로 더 비교해보고 싶다면 일리아스 책 추천·번역본 비교에서 판본을 따로 확인할 수 있어요.

이어서 보면 좋은 이야기

일리아스와 짝을 이루는 또 다른 서사시, 오디세우스의 귀향 이야기는 오디세이아 줄거리 정리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분노의 주인공 아킬레우스가 어떤 인물인지는 아킬레우스 신화에서, 그와 맞선 트로이의 수호자 헥토르의 이야기는 헥토르 신화에서 더 자세히 다룹니다.

갑옷을 빌려 입고 나섰다가 목숨을 잃은 아킬레우스의 동료가 궁금하다면 파트로클로스 신화를,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포함해 전체 서사시가 다루는 사건의 순서가 궁금하다면 서사시 사건 순서에서 이어서 확인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