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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아 줄거리 결말 정리 | 트로이 전쟁 10년과 귀향 10년, 오디세우스 가족의 이야기

오디세이아 줄거리 결말 정리 | 트로이 전쟁 10년과 귀향 10년, 오디세우스 가족의 이야기

궁전 문 앞에 웬 거지 한 명이 앉아 있어요. 낡은 옷에 지팡이를 짚은 이 남자를, 안에서 술을 마시고 고기를 뜯는 젊은이들 중 누구도 알아보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 거지는 사실 이 집의 주인이에요. 20년 만에 돌아온 오디세우스가, 자기 손으로 지은 집에서 자기 재산을 축내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는 장면이죠. 오디세이아는 결국 이 순간에 도달하기 위해 20년을 돌아온 이야기입니다.

그 20년은 크게 둘로 나뉘어요. 트로이 전쟁에 나가 있던 10년, 그리고 전쟁이 끝난 뒤 집으로 돌아오는 데 또 걸린 10년.

오디세이아가 실제로 다루는 시간은 뒤쪽 10년, 그중에서도 마지막 몇 주에 집중돼 있어요. 이 구분을 먼저 해두면 왜 이야기가 바다 한복판에서 시작해서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헷갈리지 않습니다. 트로이 쪽 사건은 아킬레우스 신화 이야기에 더 가깝습니다.

집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무너지고 있던 이타카

오디세우스가 없는 동안 이타카에서는 세 사람이 각자의 방식으로 버티고 있었어요. 아내 페넬로페는 남편이 죽었다고도, 살아 있다고도 확신하지 못한 채 구혼자들에게 시달립니다.

이 구혼자들의 수는 꽤 구체적으로 나옵니다. 나중에 텔레마코스가 아버지에게 세어서 알려주는 대목을 보면 둘리키온에서 쉰두 명, 사메에서 스물네 명, 자킨토스에서 스무 명, 이타카 자체에서 열두 명이에요. 합치면 백여 명이고, 여기에 시중드는 하인들과 전령 메돈, 악사, 고기를 써는 사람 둘까지 더 얹혀 있었습니다.

이들이 눌러앉은 기간은 20년 내내가 아니었어요. 구혼자 우두머리 안티노오스 본인의 말에 따르면 "3년이 지나고 4년째로 접어드는" 시간 동안이었습니다. 남편이 집을 비운 20년과 구혼자들이 궁전을 점거한 3~4년은 길이가 전혀 다른 기간이에요.

페넬로페는 그 몇 해를 베틀로 버팁니다. 시아버지 라에르테스의 수의를 다 짜면 결혼하겠다고 약속해놓고, 낮에 짠 천을 밤마다 몰래 풀어버린 거예요.

이 방법은 꼬박 3년을 통했습니다. 4년째에 사정을 아는 하녀 하나가 구혼자들에게 일러바치면서 짜다 만 천을 붙잡힌 채 끝을 내야 했죠. 시간을 벌기는 했지만 언제까지고 통할 수는 없는 임시방편이었습니다.

아들 텔레마코스는 이 상황에서 가장 무력한 위치에 있었어요. 아버지도 없고, 구혼자들을 쫓아낼 힘도 없이 자기 집이 거덜 나는 걸 지켜만 봐야 했으니까요.

그러다 여신 아테나가 나그네로 변장해 찾아오면서 상황이 조금씩 움직입니다. 텔레마코스는 회의를 소집해 구혼자들의 횡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아버지의 소식을 직접 찾아 나서기로 결심해요.

필로스와 스파르타로 떠나는 이 항해는 무모해 보이지만, 가만히 앉아 있던 소년이 처음으로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선택이었습니다. 할아버지 라에르테스는 아예 이 소란에서 발을 빼고 시골 농장에서 초라하게 지내고 있었는데, 이 조용한 은둔이 나중에 뜻밖의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칼립소의 섬에서 시작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항해

이야기가 실제로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는 시점은 오디세우스가 여신 칼립소의 섬에 붙잡혀 있던 때예요. 신들의 회의에서 그를 놓아주기로 결정하자, 그는 뗏목을 만들어 바다로 나섭니다.

그러나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막고 싶어 하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폭풍을 일으켜 뗏목을 부숴버리고, 그는 파이아케스인들의 섬에 간신히 떠밀려 옵니다. 빨래를 하러 나온 공주 나우시카가 그를 발견해 먹을 것과 입을 옷을 내주죠.

그런데 나우시카는 그를 자기 수레에 태워 궁정까지 데려다주지 않습니다. 낯선 남자를 데리고 성안으로 들어가면 사람들이 무슨 말을 지어낼지 모른다며 스스로 그 길을 막았어요.

대신 길가에 있는 아테나의 포플러 숲에서 기다렸다가, 자기 일행이 성에 다 들어갔을 무렵에 혼자 걸어 들어오라고 일러줍니다. 왕 앞에서 무릎을 꿇지 말고 어머니인 왕비 아레테의 무릎부터 붙잡으라는 조언까지 덧붙이고요.

오디세우스는 그 말대로 숲에서 기다렸다가 홀로 성으로 향합니다. 안개로 몸을 감싸준 아테나가 물동이를 인 어린 소녀의 모습으로 나타나 왕궁까지 길을 안내해줘요. 왕 알키노오스는 그를 환대하며 연회를 열어줍니다.

바로 이 연회 자리에서 오디세우스는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고, 지금까지 겪은 일을 손님들 앞에서 직접 들려줍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아는 키클롭스나 키르케 이야기는 사건이 일어난 순서 그대로 서술되는 게 아니라, 오디세우스 본인의 회고를 통해 뒤늦게 전해지는 구조예요.

이 점을 알고 나면 왜 이야기가 바다 한가운데서 시작해서 과거로 넘어가는지 자연스럽게 이해가 됩니다.

회고의 첫 장면은 괴물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을이었다

오디세우스가 들려주는 첫 사건은 흔히 떠올리는 외눈박이 거인이 아니에요. 트로이를 떠난 함대가 처음 닿은 곳은 키코네스족의 도시 이스마로스였고, 그들은 그 도시를 습격해 약탈합니다.

오디세우스는 곧바로 떠나자고 했지만 부하들은 해변에 눌러앉아 술을 마시고 가축을 잡았어요. 그사이 내륙에 살던 키코네스족이 몰려왔고, 전차까지 다루는 그들에게 밀려 배 한 척당 여섯 명씩을 잃고서야 겨우 바다로 도망칩니다.

괴물이 나오기도 전에, 승리에 취해 머문 하루가 동료 수십 명을 앗아간 거예요. 이 이야기의 재난이 어디서 시작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 첫머리에 놓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어 제우스가 일으킨 북풍이 함대를 덮치고, 말레아곶을 돌던 배들은 항로를 잃은 채 아흐레 동안 표류해요. 열흘째에 닿은 곳이 로토스를 먹고 사는 사람들의 땅이었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오디세우스가 보낸 정찰대를 해치지 않았어요. 그저 로토스 열매를 나눠주었을 뿐인데, 그걸 먹은 사람은 고향 생각을 아예 잃어버리고 그 자리에 눌러앉으려 합니다.

오디세우스는 우는 부하들을 억지로 끌고 와 배 밑 널빤지에 묶어두고 서둘러 출항합니다. 폭력이 아니라 망각으로 사람을 잡아두는 이 위험은, 뒤에 나올 세이렌이나 칼립소의 유혹과 같은 계열의 함정이에요.

그다음이 비로소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의 동굴입니다. 이 부분은 워낙 사건이 촘촘하고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를 이룰 만큼 비중이 커서, 키클롭스 사건 전체 정리에서 동굴 탈출 과정과 그 대가를 따로 자세히 다뤘습니다.

여기서는 결과만 짚어둘게요. 오디세우스가 마지막 순간 자기 본명을 외쳐버린 탓에 폴리페모스의 아버지인 포세이돈이 그의 귀향을 방해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것, 그리고 이 원한이 남은 여정 내내 그를 따라다닌다는 것입니다.

바람주머니 하나와, 함대 전체를 잃은 하루

다음 기항지는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의 섬이었습니다. 아이올로스는 오디세우스를 한 달이나 손님으로 대접한 뒤, 위험한 바람을 모두 소가죽 주머니에 담아 은실로 묶어 선물해요. 순한 서풍만 밖에 남겨 이타카까지 밀어주게 한 거죠.

아흐레를 달려 열흘째에 고향의 모닥불 연기가 보일 만큼 가까워졌을 때, 줄곧 키를 잡고 있던 오디세우스가 잠깐 잠이 듭니다. 그 틈에 부하들은 주머니 안에 금은보화가 들었다고 의심해 매듭을 풀어버려요.

갇혀 있던 바람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함대는 다시 아이올로스의 섬까지 떠밀려 갑니다. 도와달라고 돌아간 오디세우스에게 아이올로스는 하늘의 미움을 받은 자는 돕지 않겠다며 매몰차게 문을 닫아요.

여기서부터가 이 회고의 가장 큰 손실 구간입니다. 바람 한 점 없는 바다를 엿새 동안 노만 저어 간 함대는 이레째에 라이스트리고네스족의 땅에 닿아요.

절벽으로 둘러싸인 항구가 잔잔해 보였던 탓에, 배들은 전부 안쪽에 나란히 정박합니다. 오디세우스만 자기 배를 항구 바깥 바위에 묶어두었어요.

그 땅의 주민들은 사람이 아니라 거인이었습니다. 왕 안티파테스가 정찰 나간 부하 하나를 그 자리에서 잡아먹자, 절벽 위에서 거인들이 몰려나와 바위를 던져 배를 부수고 사람들을 작살로 찍어 갔어요.

오디세우스는 칼로 밧줄을 끊고 자기 배 한 척만 빼내 도망칩니다. 항구 안에 있던 나머지는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했어요. 열두 척으로 트로이를 떠난 함대가 이 하루 만에 한 척이 된 겁니다.

그러니까 아이올로스에서 곧장 키르케로 이어지는 게 아니에요. 그 사이에 함대의 대부분이 사라졌고, 이후의 모든 모험은 살아남은 배 한 척의 이야기입니다.

키르케의 섬, 그리고 저승에서 들은 경고

남은 한 척이 닿은 곳이 키르케의 섬이었습니다. 마녀 키르케는 정찰을 간 부하들에게 약을 탄 음식을 먹여 돼지로 바꿔버려요.

정신은 그대로 남아 있는 채로 몸만 짐승이 되어버린 부하들을 구하려고, 오디세우스는 신 헤르메스에게서 마법을 막아주는 약초 몰뤼를 받아 키르케에게 맞섭니다. 겁을 먹은 키르케가 부하들을 사람으로 되돌리고, 일행은 그곳에서 한 해를 머물게 돼요.

이 만남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다면 키르케 신화 정리에서 관계의 앞뒤 맥락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키르케는 떠나기 전 오디세우스에게 저승에 내려가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를 만나라고 알려줍니다. 테이레시아스는 포세이돈의 분노가 여전하다고 경고하면서도, 태양신의 소 떼만 건드리지 않으면 결국 이타카로 돌아갈 수 있다고 예언해요.

이 한마디가 뒤에 벌어질 가장 큰 비극의 복선이 됩니다.

저승에서 오디세우스는 그 밖에도 여러 사람을 만나요. 어머니 안티클레이아는 아들을 기다리다 세상을 떠난 자신의 사정과 함께, 페넬로페가 여전히 눈물로 밤을 지새우고 텔레마코스가 집안을 지키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줍니다.

트로이에서 전사한 아킬레우스는 뜻밖의 말을 남깁니다. 죽은 자들 위에 군림하느니 살아서 가난한 소작인의 머슴으로 사는 편이 낫다고 말해 오디세우스를 놀라게 하죠.

아가멤논은 자신이 아내와 그 정부에게 살해당한 사연을 들려주며, 집에 돌아가더라도 곧바로 마음을 놓지 말라는 무거운 충고를 남깁니다. 이 충고는 오디세우스가 나중에 자기 집에 돌아가서도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신중하게 움직이는 이유 중 하나로 이어져요.

세이렌의 노래, 스킬라의 이빨, 그리고 되돌릴 수 없는 선택

다시 바다로 나온 오디세우스 일행은 세이렌의 섬을 지나게 됩니다. 키르케가 미리 알려준 대로 부하들의 귀는 밀랍으로 막고, 정작 노래를 듣고 싶었던 오디세우스 자신은 돛대에 몸을 묶은 채로 지나가요.

유혹에 흔들려도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만든 이 대비 덕분에 그는 세이렌의 노래를 듣고도 무사히 살아남습니다.

하지만 바로 다음 관문인 스킬라와 카리브디스의 해협에서는 대가를 피하지 못했어요. 여섯 개의 머리를 가진 괴물 스킬라가 순식간에 부하 여섯 명을 한 입에 하나씩 낚아채 갑니다. 오디세우스가 손쓸 틈도 없이 벌어진 일이었죠.

겨우 그곳을 벗어난 일행은 태양신의 섬에 상륙하는데, 여기서 최악의 선택이 벌어집니다. 식량이 떨어져 굶주리던 부하들이 오디세우스가 잠든 사이 태양신의 소 떼를 잡아먹은 거예요.

테이레시아스가 그렇게 경고했던 바로 그 소였습니다. 결과는 참혹했어요. 제우스가 번개로 배를 부숴버렸고, 오디세우스를 뺀 나머지 부하들은 모두 물에 빠져 죽습니다.

함께 떠났던 사람들 중 살아서 이타카 땅을 다시 밟은 건 오디세우스 한 사람뿐이었어요. 그가 칼립소의 섬에 홀로 떠밀려 온 것이 바로 이 난파의 결과입니다.

이타카에 도착하고도 곧바로 문을 두드리지 않은 이유

파이아케스인들의 배로 무사히 이타카에 도착한 오디세우스는, 그러나 곧바로 집으로 향하지 않습니다. 아테나가 안개를 씌워 그가 자기 고향조차 알아보지 못하게 만든 뒤, 목동으로 변장해 나타나 그의 정체를 확인시켜줘요.

그러고는 그를 늙고 초라한 거지의 모습으로 바꾸고, 아직 아무에게도 자신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지시합니다. 대신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의 오두막부터 찾아가 상황을 살피라고 해요.

트로이에서 살아 돌아온 왕이 자기 집 앞에서 곧장 정체를 밝히지 않고 이렇게 돌아서 접근한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백 명이 넘는 구혼자가 궁전 안에 진을 치고 있고 아가멤논의 최후까지 들은 그에게는, 신중함이 곧 생존 전략이었던 셈입니다.

에우마이오스의 오두막에서 오디세우스는 스파르타에서 돌아온 아들 텔레마코스와 극적으로 재회합니다. 부자는 함께 구혼자들을 처단할 계획을 짜기 시작해요.

궁전에 거지 행세로 들어선 오디세우스를 알아본 건 사람이 아니라 늙은 개 아르고스였습니다. 주인을 떠나보낼 때 한창이었던 이 개는 이제 거름더미 위에서 방치된 채 죽어가고 있었는데, 오디세우스의 냄새를 맡자마자 귀를 늘어뜨리고 꼬리를 흔들었어요.

다가갈 힘조차 없던 아르고스는 그 순간 주인을 알아보고는 곧바로 숨을 거둡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그러나 오디세우스에게는 눈물이 날 만큼 사무치는 재회였죠.

흉터로 들킬 뻔한 정체, 그리고 활 시험의 결정

궁전 안에서 페넬로페는 거지로 변장한 그와 마주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오디세우스는 자신이 크레타 출신이며 과거 오디세우스를 대접한 적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면서도, 그가 입고 있던 옷차림을 너무나 정확하게 묘사해 페넬로페를 눈물짓게 만들어요.

그런데 늙은 유모 에우뤼클레이아가 손님의 발을 씻겨주다가 젊은 시절 멧돼지 사냥에서 생긴 흉터를 만지고 그가 누구인지 알아차립니다. 놀란 손에서 다리가 미끄러지며 대야가 엎어지고 물이 쏟아졌죠.

유모는 곧바로 페넬로페 쪽을 돌아봅니다. 그때 아테나가 페넬로페의 주의를 다른 데로 돌려두어서, 아내는 방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보지 못했어요.

오디세우스는 오른손으로 유모의 목을 움켜쥐고 자기 쪽으로 끌어당깁니다. 그리고 네가 나를 망칠 셈이냐며, 이 일을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말라고 낮은 목소리로 경고해요. 정체가 드러날 뻔한 이 순간을 겨우 넘긴 뒤, 페넬로페는 다음 날 활 시험을 열겠다고 선언합니다.

페넬로페가 내건 조건은 남편의 활을 당겨 일렬로 세운 도끼 열두 개를 화살 하나로 꿰뚫는 것이었어요. 구혼자들은 하나같이 활을 당기지도 못하고 쩔쩔맵니다. 안티노오스는 활을 불에 데워 기름칠까지 해보자고 했지만 소용없었죠.

결국 낡은 옷을 입은 거지가 나서서 활을 잡습니다. 그는 벌레가 뿔을 파먹지는 않았는지 활을 이리저리 살펴본 뒤, 악사가 새 현을 거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시위를 걸고 도끼 열두 개를 단번에 꿰뚫어요.

그런데 그는 이 순간에 자기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습니다. "당신의 손님이 당신을 부끄럽게 하지는 않았다"고 텔레마코스에게 말했을 뿐이에요. 정체를 밝히는 건 활 시험이 아니라 그다음 화살이었습니다.

구혼자들의 마지막 날과 부부가 서로를 확인하는 방법

오디세우스는 눈짓으로 신호를 보내고, 텔레마코스는 칼을 차고 창을 든 채 아버지 곁에 섭니다. 그러고는 남은 화살을 발치에 쏟아놓고 "아직 아무도 맞히지 못한 과녁"을 겨눈다고 말한 뒤, 술잔을 들던 안티노오스의 목을 화살로 꿰뚫어요.

구혼자들은 처음에 이것을 실수라고 생각했습니다. 낯선 거지가 사람을 잘못 맞혔다며 화를 내고, 벽 쪽을 둘러보지만 걸려 있어야 할 방패도 창도 보이지 않아요. 오디세우스와 텔레마코스가 미리 무기를 창고로 옮겨두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때 오디세우스가 자기 신분을 밝힙니다. 트로이에서 내가 돌아오지 못할 줄 알았느냐고, 너희는 내 재산을 축내고 내 하녀들을 범하고 내가 살아 있는데도 내 아내에게 구혼했다고 말하죠. 활을 당긴 것이 아니라 안티노오스를 쏘고 난 뒤에야 이름을 드러낸 겁니다.

구혼자들이 전투 내내 맨몸이었던 것도 아니에요. 처음에는 칼을 뽑고 식탁을 방패 삼아 덤비는 수밖에 없었지만, 염소치기 멜란티오스가 창고로 몰래 들어가 방패와 투구와 창을 열두 벌씩 꺼내다 줍니다.

텔레마코스가 창고 문을 잠그지 않고 나온 탓이었어요. 무장한 구혼자들이 창을 겨누는 걸 보고 오디세우스조차 잠깐 겁을 먹었을 만큼 상황이 뒤집혔습니다.

멜란티오스는 두 번째로 무기를 가지러 갔다가 에우마이오스와 소치기에게 붙잡혀 창고 기둥에 매달립니다. 무기 보급이 끊긴 데다 아테나까지 멘토르의 모습으로 가세하면서 싸움은 다시 기울고, 남은 구혼자들은 차례로 쓰러져요.

오디세우스를 배신하고 구혼자들 편에 섰던 하녀들과 멜란티오스도 냉정하게 처벌받습니다. 3년 넘게 궁전을 짓밟았던 무리가 이렇게 하루 만에 사라집니다.

그런데 정작 아내 페넬로페는 남편이라 자처하는 이 남자를 바로 끌어안지 않습니다. 오랜 세월과 낯선 옷차림 때문에 확신할 수 없었고, 혹시 신이 자신을 속이려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까지 있었거든요.

그녀는 유모에게 부부의 침대를 방 밖으로 옮기라고 지시하는 시험을 던집니다. 오디세우스는 그 말을 듣자마자 발끈해요.

그 침대는 살아 있는 올리브나무 밑동을 그대로 기둥 삼아 자신이 직접 지은 것이라, 애초에 옮길 수 없는 물건이었거든요. 부부 두 사람과 하녀 한 명만 아는 이 비밀을 정확히 짚는 순간, 페넬로페는 비로소 눈물을 흘리며 그를 끌어안습니다.

20년의 기다림이 활 솜씨가 아니라 침대 하나로 확인된 셈이에요.

아버지와의 재회, 그리고 하마터면 다시 시작될 뻔한 전쟁

모든 게 끝난 줄 알았지만, 오디세우스에게는 아직 아버지 라에르테스가 남아 있었습니다. 그는 포도밭에서 낡은 옷을 입고 홀로 일하는 노인을 발견하고도 처음에는 정체를 숨긴 채 먼 나라에서 온 나그네 행세를 해요.

아들이 죽었다고 믿고 슬픔에 잠긴 라에르테스를 보다 못한 오디세우스는 결국 흉터와, 어린 시절 아버지가 세어가며 나눠준 나무들에 대한 기억으로 자신을 증명합니다. 라에르테스는 그 자리에서 무릎이 풀릴 만큼 기뻐해요.

그러나 평화는 아직 완전하지 않았습니다. 죽은 구혼자들의 가족들이 안티노오스의 아버지 에우페이테스를 앞세워 무장하고 몰려온 거예요.

양쪽은 실제로 맞붙었습니다. 아테나가 기운을 불어넣은 라에르테스가 던진 창이 에우페이테스의 투구를 꿰뚫어 그를 그 자리에서 쓰러뜨립니다.

오디세우스와 텔레마코스도 선두를 파고들어 상대를 베어 넘겼어요. 그대로 두었다면 한 사람도 살아 돌아가지 못했을 상황이었습니다.

아테나가 큰 소리로 이타카 사람들에게 싸움을 멈추라고 외친 것은 그 뒤였어요. 놀란 사람들의 손에서 무기가 떨어지고 그들은 도시 쪽으로 달아납니다.

그런데 오디세우스는 독수리처럼 그들을 뒤쫓아요. 그때 제우스가 아테나의 발 앞에 벼락을 내리꽂습니다. 아테나는 곧바로 오디세우스에게 이 싸움을 멈추라고, 그러지 않으면 제우스가 노할 것이라고 이릅니다. 그는 그 말을 기꺼이 따랐고, 아테나가 멘토르의 모습으로 양쪽 사이에 화해의 맹세를 세우면서 이야기가 끝나요.

20년에 걸친 전쟁과 방랑, 복수극이 또 다른 피의 되갚음으로 이어질 뻔했다가 가까스로 멈춘 거예요. 트로이의 불길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결국 한 가족과 한 섬이 다시 함께 살기로 맹세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이 이야기를 원전으로 직접 읽어야 보이는 것들

여기까지 정리한 흐름은 사건과 인과관계를 중심으로 다시 짠 줄거리예요. 그런데 실제 원문의 힘은 사건이 아니라 사람들이 주고받는 말에 있습니다.

오디세우스가 크레타 사람 행세를 하며 아내에게 늘어놓는 거짓말은 놀랄 만큼 길고 정교해요. 그 거짓말 속에 남편의 옷차림을 정확히 끼워 넣어 아내를 울리는 대목, 침대를 옮기라는 한마디에 20년을 참아온 남자가 대뜸 발끈하는 대목, 아버지 앞에서까지 신분을 감추다 나무 이름을 하나씩 세는 대목은 줄거리 요약으로는 전달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이 대화들을 직접 따라가 보면 오디세우스가 왜 "꾀 많은 사람"이라 불리는지, 그리고 그 꾀가 가족 앞에서도 좀처럼 풀리지 않는 게 어떤 느낌인지가 훨씬 선명해져요.

원전 완역으로 그 대화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읽어보고 싶다면 민음사에서 나온 김기영 번역 오뒷세이아(ISBN 9788937470219, 2022년판)로 확인해볼 수 있어요. 오뒷세이아 표지관련 도서 추천오뒷세이아원작 완역본 책 보러 가기 →

여기서 한 가지는 구분해두는 게 좋아요. 이 글 앞부분에서 말한 트로이 전쟁 10년을 일리아스 한 권이 처음부터 끝까지 담고 있는 건 아닙니다.

일리아스가 실제로 다루는 것은 10년째 되던 해의 한 대목, 아킬레우스가 분노해 싸움에서 물러난 뒤 벌어지는 며칠간의 사건이에요. 목마도 트로이 함락도 일리아스 본문 안에서 벌어지지 않습니다.

그런 전제를 알고 아킬레우스 쪽 이야기까지 이어 읽고 싶다면, 두 서사시를 함께 묶은 원전번역 일리아스·오뒷세이아 세트(2015년 개정판)로 두 권을 나란히 놓고 읽는 방법이 있습니다. 원전번역 일리아스 오뒷세이아 세트 : 2015년 개정판 표지관련 도서 추천원전번역 일리아스 오뒷세이아 세트 : 2015년 개정판원작 완역본 책 보러 가기 →

등장인물별로 더 깊이 들어가고 싶다면 페넬로페 신화 정리에서 그녀가 견딘 시간을 아내의 시선으로, 텔레마코스 신화 정리에서 아버지를 찾아 떠난 아들의 여정을 따로 확인할 수 있어요. 세이렌의 노래가 구체적으로 어떤 위험이었는지는 세이렌 신화 정리에서 더 자세히 다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