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트로이 전쟁 이유 원인 줄거리 | 황금사과 헬레네 아킬레우스 전쟁 기간 결말 정리
트로이 전쟁 하면 대부분 두 장면을 먼저 떠올려요. 파리스가 황금사과를 든 여신 셋 중 하나를 고르는 장면, 그리고 목마가 성문을 넘어가는 장면이죠.
그런데 이 전쟁을 가장 자세히 전하는 원전인 일리아스를 펼쳐 보면 이 두 장면 모두 본문에 나오지 않습니다. 일리아스는 10년 전쟁 중 마지막 한 해, 그중에서도 며칠 사이에 벌어진 일만 다루거든요. 왜 그런지, 그리고 그 며칠 동안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순서대로 따라가 볼게요.
황금사과는 일리아스가 아니라 그 앞에 놓인 이야기
파리스가 헤라·아테나·아프로디테 중 아프로디테를 가장 아름다운 여신으로 고르고, 그 대가로 헬레네를 얻게 됐다는 이야기는 신화 전승에서 널리 전해집니다. 하지만 이 사과 심판과 헬레네의 트로이행은 일리아스가 직접 서술하는 장면이 아니에요.
일리아스보다 앞서 구전으로 전해지던 이야기와, 일리아스 이후에 따로 쓰인 여러 서사시 조각들이 전쟁의 시작과 끝을 메워주는 역할을 합니다. 일리아스 자체는 이 배경을 이미 벌어진 일로 전제한 채, 훨씬 뒤의 어느 하루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요.
일리아스가 실제로 여는 시점, 전쟁 10년째의 어느 날
그 하루는 다름 아닌 아킬레우스가 분노하는 장면입니다. 총사령관 아가멤논과 다투다 자신의 여인을 빼앗긴 아킬레우스가 전투를 거부하면서, 그리스군은 그가 없는 채로 전세가 기울기 시작해요.
일리아스 24권 전체는 이 분노에서 시작해 헥토르의 장례로 끝나는, 며칠에서 몇 주 사이의 사건을 다룹니다. 전쟁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앞선 9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이 작품 밖의 이야기예요. 그래서 지금부터 짚어볼 장면들은 전쟁 10년 전체가 아니라, 일리아스가 실제로 그리는 이 마지막 구간 안에서 벌어집니다.
3권, 결투 하나로 전쟁을 끝내려 했던 하루
헥토르에게 겁쟁이라는 소리를 들은 파리스는 자신이 먼저 나서겠다며 제안을 던집니다. 자신과 메넬라오스 둘이서만 싸우고, 이기는 쪽이 헬레네와 재물을 갖고 나머지는 전쟁을 그만두자는 것이었어요.
양쪽 진영은 이 제안을 받아들여 흰 숫양과 검은 암양, 포도주를 놓고 제우스와 태양신과 대지를 증인 삼아 맹세합니다. 결투에서 죽는 쪽이 패자이고, 나머지는 이 자리에서 평화를 지킨다는 조건이었죠.
파리스가 먼저 던진 창은 메넬라오스의 방패를 맞혔지만 뚫지 못했고, 이어 메넬라오스가 던진 창은 파리스의 방패와 갑옷을 관통했는데도 파리스가 몸을 틀어 간신히 피합니다. 메넬라오스가 칼로 투구를 내리치자 이번엔 칼이 부러져버려요.
맨손이 된 메넬라오스는 파리스의 투구에 달린 말총 장식을 붙잡고 그대로 끌고 가려 합니다. 이 순간 아프로디테가 끼어들어 투구 끈을 끊어버리고, 파리스를 짙은 안개로 감싸 순식간에 침실로 옮겨놓아요.
메넬라오스가 이겼다는 걸 아가멤논이 선언하고, 이제 헬레네를 돌려받는 일만 남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전장에서 파리스가 통째로 사라져버렸으니, 이 결투로 전쟁을 끝낸다는 약속은 애초에 지킬 상대가 없어진 셈이었죠. 그리고 이 약속 파기가 이어지는 전투를 다시 불러옵니다.
6권, 전장에서 돌아온 헥토르가 성 안에서 마주한 사람들
잠시 전투를 벗어나 성으로 돌아온 헥토르는 차례로 세 사람과 마주칩니다. 먼저 만난 어머니 헤카베가 포도주를 권하지만, 헥토르는 피와 먼지로 얼룩진 몸으로는 신께 기도할 수 없다며 사양하고, 대신 여인들을 모아 신전에서 전황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부탁해요.
다음으로 들른 곳은 파리스의 집이었습니다. 갑옷을 정비하고 있던 파리스에게 헥토르는 백성이 죽어가는데 여기서 무엇을 하느냐고 쏘아붙이고, 곁에 있던 헬레네는 자신이 이 모든 불행의 원인이라며 스스로를 탓해요.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이 자기 집이었는데, 아내 안드로마케가 어린 아들 아스티아낙스를 안은 채 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안드로마케는 눈물로 그의 용맹이 오히려 그를 파멸로 이끌 거라며, 부디 성벽 안쪽에 머물러 아들을 고아로, 자신을 과부로 만들지 말아달라고 매달려요.
헥토르는 전투를 피하는 건 비겁한 일이며, 아버지와 자신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싸워야 한다고 답합니다. 그러면서도 아내가 언젠가 적국에서 노예로 물을 길어야 할지 모른다는 뼈아픈 미래를 함께 내다봐요.
헥토르가 아이를 안으려 팔을 뻗자, 아기는 투구에 달린 말총 장식을 무서워하며 울음을 터뜨리고 유모 품으로 파고듭니다. 그 모습에 부부가 함께 웃음을 터뜨리자, 헥토르는 투구를 벗어 내려놓고서야 아이를 안아 올려요. 그러고는 이 아이가 언젠가 자신처럼 트로이를 이끄는 사람이 되기를, 그때는 지금의 자신보다 나은 삶을 살기를 하늘에 빌었습니다.
16권, 아킬레우스가 건 약속과 파트로클로스가 넘어선 선
전선이 배까지 밀리자 아킬레우스의 가장 가까운 동료 파트로클로스는 눈물로 출전을 간청합니다. 아킬레우스는 결국 허락하되, 트로이군을 배에서 몰아내기만 하고 곧장 돌아올 것, 자신이 없는 사이 더 깊이 싸우지 말 것을 분명히 못박아요.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빌려 입은 파트로클로스는 전세를 단숨에 뒤집습니다. 그런데 이 성공이 오히려 그를 붙잡아 세운 약속에서 멀어지게 만들어요. 그는 물러나지 않고 성벽까지 세 차례나 밀고 들어가고, 아폴론이 직접 나타나 이 도시를 무너뜨리는 건 네 운명이 아니라고 경고해도 멈추지 않습니다.
결국 아폴론이 뒤에서 그의 등과 어깨를 쳐 투구를 벗기고 창을 부러뜨리며 무장을 풀어버립니다. 그 틈에 에우포르보스가 창으로 등을 찌르고, 다가온 헥토르가 마지막 일격으로 그를 쓰러뜨려요.
숨이 끊기기 직전 파트로클로스는 헥토르에게 한마디를 남깁니다. 당신도 오래지 않아 아킬레우스의 손에 죽을 것이라고요. 아킬레우스가 정해둔 선을 넘은 대가로 목숨을 잃은 이 죽음은, 전투를 등지고 있던 아킬레우스를 다시 전장으로 불러들이는 계기가 됩니다.
22권, 성문 앞에 홀로 남은 헥토르가 등을 돌린 이유
파트로클로스를 죽인 대가로 아킬레우스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걸 안 헥토르는 성 밖에 홀로 남습니다. 아버지 프리아모스는 성벽 위에서 절대 혼자 저 사람을 상대하지 말라고, 안으로 들어와 트로이 사람들을 지켜달라고 애원하고, 어머니 헤카베도 가슴을 드러내며 자신을 봐서라도 물러나라고 매달려요.
하지만 정작 아킬레우스가 가까이 다가오자 헥토르는 버티지 못하고 몸을 돌려 달아납니다. 성벽을 세 바퀴나 도는 추격전이 벌어질 만큼 오래 이어진 도주였어요.
이때 아테나가 헥토르의 형 데이포보스로 모습을 바꿔 나타나 곁에서 함께 맞서자고 부추깁니다. 힘을 얻은 헥토르는 마침내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요.
하지만 도움을 약속했던 형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창을 나눠 던지고 마지막엔 칼까지 맞부딪힌 끝에, 헥토르는 아킬레우스의 창에 목을 꿰뚫려요. 숨이 넘어가기 전 그는 자신의 몸값을 부모가 치를 테니 시신만은 집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부탁하지만, 아킬레우스는 개들에게 던져줄 뿐 그럴 일은 없을 거라며 매몰차게 거절하고 시신을 전차에 매달아 끌고 갑니다.
24권, 아버지가 밤을 틈타 찾아가 되찾아온 것
아들의 시신이 계속 능욕당하는 걸 지켜보던 프리아모스는 결국 밤에 홀로 아킬레우스의 막사로 향하기로 결심합니다. 제우스의 명으로 그를 안내하게 된 헤르메스는 젊은 종자의 모습으로 나타나 보초들을 깊이 잠재우고 성문 빗장을 열어 길을 터줍니다.
막사에 들어선 프리아모스는 아들을 여럿 죽인 그 손에 직접 입을 맞추며 무릎을 감싸 안습니다. 그러고는 아킬레우스의 아버지 펠레우스를 떠올려 달라 청하며, 쉰 명이던 아들 중 이제 남은 이가 없다고, 그 마지막 아들의 몸값을 가져왔다고 말해요.
이 말에 아킬레우스의 마음도 흔들립니다. 프리아모스는 죽은 아들을 위해, 아킬레우스는 자신의 아버지와 먼저 떠난 파트로클로스를 위해 함께 눈물을 흘려요.
마음을 가라앉힌 아킬레우스는 시신을 씻기고 기름을 발라 손수 들것에 옮기게 합니다. 그리고 프리아모스가 청한 대로 아흐레는 애도하고 열흘째 장례를 치르도록, 그동안은 전투를 멈추기로 약속해요. 일리아스는 이 장례가 끝나는 지점에서 막을 내립니다.
목마도 10년이라는 숫자도, 이 뒤에 이어지는 다른 이야기
그러니까 일리아스가 실제로 보여주는 건 이 결투와 이별과 죽음과 장례까지, 전쟁 10년째의 어느 며칠입니다. 전쟁이 정확히 10년 걸렸다는 기간이나, 목마를 이용해 트로이가 무너졌다는 결말은 이 작품이 직접 서술하는 장면이 아니에요.
그 사건들은 일리아스 이후를 잇는 다른 서사시 전승에 속합니다. 처음에 이야기했던 황금사과처럼, 전쟁을 끝낸 목마 역시 일리아스 바깥에서 따로 전해 내려온 이야기라는 뜻이에요.
인물별로 더 자세히 확인하고 싶다면
결투로 이야기를 시작한 헬레네 신화에서는 그녀가 파리스와 메넬라오스 사이에서 어떤 자리에 있었는지 더 볼 수 있고, 동료의 죽음으로 전장에 돌아온 아킬레우스 신화에서는 그가 헥토르를 상대하기까지의 사정을 이어서 확인할 수 있어요.
가족과의 마지막 장면부터 죽음까지를 더 깊이 따라가고 싶다면 헥토르 신화에서, 약속을 넘어선 대가를 치른 그 동료의 이야기는 파트로클로스 신화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일리아스 본문에는 없는 결말, 그 목마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트로이목마 신화에서 이어서 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