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신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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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라 신화 | 키르케가 미리 못박은 여섯 명의 대가

스킬라 신화 | 키르케가 미리 못박은 여섯 명의 대가

좁은 해협을 두고 양쪽 절벽이 마주 보고 있어요. 한쪽 절벽 중턱에는 서쪽을 향해 뚫린 커다란 동굴이 있고, 그 안쪽 깊숙한 곳에 무언가가 몸을 숨긴 채 지나가는 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반대쪽 바다에서는 소용돌이가 바닷물을 삼켰다가 뿜어내고 있었죠. 오디세우스의 배는 이 두 위험 사이를 그대로 지나야 했어요.

키르케는 이미 이 해협에 무엇이 사는지, 그리고 스킬라가 배 한 척이 지날 때마다 몇 명을 물어 가는지까지 미리 일러준 상태였습니다. 맞서 싸우지 말고 최대한 빨리 노를 저어 지나가라는 것이 그가 건넨 유일한 조언이었어요.

키르케가 그려준 스킬라의 모습

오디세우스가 다음 항로를 묻자, 키르케는 해협 한쪽에 사는 존재를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해줍니다. 목이 여섯 개나 되는데 그 길이가 몹시 길고, 목 끝마다 머리가 하나씩 달려 있으며, 그 입 안에는 각각 세 줄로 촘촘히 박힌 이빨이 있다고 했어요.

몸통을 지탱하는 다리는 열두 개인데 하나같이 기괴하게 뒤틀린 모양이라고 했고, 정작 그 존재가 내는 소리는 어린 강아지가 낑낑대는 소리처럼 작고 가냘프다는 점도 덧붙였습니다. 몸집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라는 뜻이었죠.

동굴은 화살을 아무리 잘 쏘는 궁수라도 닿지 않을 만큼 높은 곳에 있다고 했어요. 그 안에 웅크리고 있다가 배가 지나갈 때마다 여섯 개의 머리를 한꺼번에 절벽 아래로 내밀어, 마치 물고기를 낚듯 입마다 한 사람씩 물어 올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여섯 명은 정해진 대가, 지체는 그보다 더 큰 위험

키르케의 설명을 들은 오디세우스는 곧바로 무기를 들고 맞서 싸울 방법을 물었습니다. 언제나 무언가와 싸우려 드는 그의 성미를 잘 아는 키르케는, 이번만큼은 그 성미를 버리라고 딱 잘라 말했어요.

키르케는 스킬라가 배 한 척이 지날 때마다 머리 수만큼, 그러니까 여섯 명을 물어 간다고 미리 알려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전체 선원을 통째로 잃는 카리브디스 쪽보다는 여섯 명을 내주는 쪽이 낫다고 분명히 말했어요.

동시에 키르케는 한 가지를 더 경고했습니다. 만약 갑옷을 입느라 절벽 앞에서 지체하면, 스킬라가 머리를 한 번 더 내밀어 여섯 명을 추가로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어요. 그러니까 정해진 여섯 명 외에 더 큰 손실이 생기는 경우는 오직 그 자리에서 싸우려고 멈춰 설 때뿐이었습니다. 키르케가 알려준 유일한 대응책은 무장하고 버티는 게 아니라, 노를 최대한 빨리 저어 지나가는 것이었어요.

갑옷을 입고 뱃머리에 선 순간

해협이 가까워지자 오디세우스는 갑옷을 챙겨 입고 긴 창 두 자루를 손에 든 채 뱃머리로 나가 섰습니다. 키르케가 하지 말라고 했던 바로 그 행동이었어요.

동료들에게는 절벽 쪽에 정확히 무엇이 있는지 알리지 않았습니다. 미리 겁을 먹으면 노 젓는 손이 멈추고 배가 통제를 잃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동료들과, 알면서도 무장을 풀지 못한 오디세우스를 태운 배가 해협 안으로 들어섭니다.

카리브디스를 바라보던 순간, 스킬라가 덮치다

배가 해협 한가운데 이르자 선원들은 두려움에 휩싸였습니다. 한쪽에는 스킬라가, 반대쪽에는 바닷물을 삼켰다가 다시 뿜어내는 카리브디스가 있었으니까요. 모두의 시선은 눈앞에서 소용돌이치는 카리브디스 쪽에 쏠려 있었습니다.

바로 그 순간, 사람들이 카리브디스에 정신이 팔려 있는 틈을 타 스킬라가 반대쪽에서 덮쳐 왔습니다. 배 위에서 가장 힘센 뱃사람 여섯을 여섯 개의 머리로 한꺼번에 낚아 올린 거예요. 오디세우스가 뱃머리에서 창을 들고 있었지만, 동굴이 워낙 높은 곳에 있어 그 창이 닿을 거리는 애초에 아니었습니다.

손과 발이 자기 머리보다 훨씬 높은 허공에서 버둥거리는 모습이 보였고, 동료들은 그 순간에도 오디세우스의 이름을 부르며 끌려 올라갔습니다. 마치 낚시꾼이 미끼를 던져 물고기를 속인 뒤 파닥거리는 채로 바위 위에 끌어올리듯, 스킬라는 동굴 입구에서 숨을 헐떡이는 여섯 사람을 그렇게 붙잡아 두었어요.

오디세우스가 지금까지 겪은 항해 중에서도 가장 참혹한 순간이었다고 스스로 말할 만큼, 눈앞에서 이름을 부르며 사라져간 동료들의 모습은 생생하게 남았습니다. 카리브디스 쪽에 정신이 팔린 사이 벌어진 일이었던 만큼, 배는 소용돌이 자체에는 휘말리지 않은 채 그대로 해협을 빠져나갔습니다.

스킬라가 실제로 어디인지에 대하여

이 이야기를 처음 접하면 스킬라가 사는 해협이 지금의 어느 바다인지 궁금해지기 마련이에요. 후대에는 이탈리아와 시칠리아 사이의 메시나 해협을 그 무대로 보는 전승이 널리 퍼졌지만, 오디세이아 본문 자체는 특정 좌표나 지명을 못 박아 말하지 않습니다. 원문이 남긴 것은 높은 절벽의 동굴과 그 맞은편의 소용돌이라는 지형뿐이고, 실제 지리와의 연결은 후대 전승과 학설의 몫으로 남아 있어요.

이 장면을 더 읽고 싶다면

여기까지가 《오디세이아》 12권에서 스킬라를 지나는 장면의 전체 흐름이에요. 키르케가 경고를 건네는 대목부터 여섯 동료의 이름이 마지막으로 불리는 순간까지, 원작은 이 짧은 사건 하나에도 상당한 분량을 할애합니다.

요약된 사건 순서만으로는 키르케가 왜 그렇게까지 싸우지 말라고 강조했는지, 오디세우스가 그 말을 들으면서도 왜 결국 갑옷을 집어 들었는지 그 긴장감이 잘 전해지지 않아요. 이 대목이 흥미로웠다면 원작을 통해 그 앞뒤 맥락을 직접 따라가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원작을 우리말 번역으로 직접 따라가 보고 싶다면 민음사 오뒷세이아(김기영 역)가 있습니다. 2022년 5월에 나온 한 권짜리 판본이에요(ISBN 9788937470219). 여기 정리한 사건 순서만 봐서는 키르케가 여섯 명을 미리 못박아 말하던 어조와, 그 말을 들은 오디세우스가 끝내 창을 집어 드는 대목의 온도차가 잘 전해지지 않습니다. 그 간격을 번역된 문장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은 분께 맞는 선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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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이 한 장면보다 그리스 신화 전반의 인물 관계를 먼저 잡아두고 싶은 분도 있을 거예요. 그런 경우에는 해밀턴의 그리스로마신화(현대지성) 같은 한 권짜리 해설서가 출발점이 됩니다. 다만 이 책이 스킬라나 해협의 괴물들을 어느 정도로 다루는지는 확인된 정보가 없으니, 그 대목이 목적이라면 목차를 직접 보고 고르시는 편이 정확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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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이야기로 이어지는 인물들

스킬라가 덮치던 바로 그 순간, 반대쪽에서 배 전체를 위협하고 있던 소용돌이의 정체는 카리브디스 신화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이 해협에 들어서기 전, 노랫소리로 선원들을 유혹하던 또 다른 위험은 세이렌 신화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스킬라와 카리브디스를 먼저 경고해준 인물의 이야기는 키르케 신화 정리에서, 이 사건이 오디세우스의 전체 귀향 여정에서 어디쯤 자리하는지는 오디세우스 여정 지도에서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