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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우스 활 시험 결말 정리 | 안티노오스의 죽음과 페넬로페의 침대 확인까지
페넬로페가 활 시험을 열겠다고 선언했을 때, 구혼자들과 페넬로페 자신은 이것을 그저 새 남편을 고르는 절차로만 알았어요. 그런데 아들 텔레마코스는 이미 며칠 전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의 오두막에서 몰래 돌아온 아버지와 재회하고 구혼자 처단 계획을 함께 짜둔 뒤였습니다. 궁전의 하인들과 손님 대부분이 모르는 사이, 아버지와 아들만 이 시험이 결국 무엇으로 이어질지 이미 알고 있었던 셈이에요.
활을 당기는 시험과 구혼자들을 처단하는 전투, 그리고 페넬로페가 남편을 알아보는 침대 장면은 사실 하나로 뭉쳐진 한 장면이 아니라, 순서대로 이어지는 세 개의 서로 다른 사건입니다. 활을 성공적으로 당겼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바로 정체가 드러나는 것도 아니고, 구혼자들을 다 처단했다고 해서 페넬로페가 곧장 남편을 끌어안는 것도 아니에요. 각 사건 사이에는 숨겨둔 선택과 예상 밖의 대가가 있었고, 그 대가가 다음 장면을 열었습니다. 그 흐름을 순서대로 따라가 볼게요.
페넬로페가 오디세우스의 활을 꺼내온 사연
구혼자들에게 재혼을 미룰 핑계가 다 떨어진 페넬로페는 결국 활 시험을 제안합니다. 그런데 이 활은 아무 활이 아니었어요. 젊은 시절 오디세우스가 라케다이몬에 갔다가 이피토스라는 청년을 만났는데, 잃어버린 말을 찾아다니던 이피토스와 검과 창을 주고받으며 우정을 맺었고, 그 자리에서 이피토스가 자기 아버지 에우리토스의 활을 선물로 건넸던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이피토스가 헤라클레스에게 목숨을 잃은 뒤, 오디세우스는 이 활을 아까워 트로이 전쟁터에는 가져가지 않고 고향집에 고이 남겨두었어요.
페넬로페는 그 활을 들고 나와 구혼자들 앞에 조건을 내겁니다. 이 활을 가장 쉽게 당기고 열두 개 도끼 구멍을 모두 뚫는 자를 따라 이 집을 떠나겠다고 밝힌 것이었어요. 텔레마코스는 마당에 긴 홈을 파고 도끼 열두 개를 일렬로 세워 흙을 다졌습니다. 활을 당기는 완력과 화살을 쏘는 정확함, 두 가지를 한꺼번에 요구하는 조건이었어요.
구혼자들이 줄줄이 실패하는 동안
가장 먼저 나선 건 제사장 레오데스였습니다. 손이 약했던 그는 활을 당겨보지도 못하고 내려놓으며, 이 활이 언젠가 이 자리에 있는 많은 이들의 목숨을 빼앗을 거라는 불길한 말을 남겼어요.
안티노오스는 레오데스를 꾸짖고는 활을 불에 데우고 기름칠을 해보자고 합니다. 염소치기 멜란티오스에게 불을 피우고 양가죽을 깔라고 시켰죠. 하지만 활을 데워도 소용없었어요. 구혼자들이 한 명씩 나서 당겨보지만 누구도 시위를 걸지 못했고, 결국 안티노오스와 에우리마코스 둘만 남아 서로 눈치를 보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거지가 활을 달라고 했을 때
이때 거지로 변장한 오디세우스가 나서서 자기도 손의 힘을 시험해보고 싶다고 청합니다. 여행과 방치로 힘을 잃었는지 아직 예전 그대로인지 확인해보겠다는 말이었어요.
안티노오스는 격노합니다. 거지 주제에 건방지다며 꾸짖고, 만약 활을 당기기라도 하면 왕 에케토스에게 넘겨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했어요. 켄타우로스 에우리티온이 잔치에서 술에 취해 폭행을 저지른 옛일까지 끌어와 낯선 자에게 활을 맡기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아느냐고 몰아붙였습니다.
에우리마코스의 걱정은 조금 달랐어요. 비천한 거지가 활을 당겼다는 소문이 퍼지면 구혼자들의 체면이 완전히 깎인다는 게 그가 두려워한 부분이었습니다. 이 실랑이를 끊은 건 텔레마코스였어요. 활에 관한 결정은 이 집의 주인인 자신에게 있다고 선언하며 어머니 페넬로페를 방으로 물러나게 하고, 머뭇거리는 에우마이오스를 다그쳐 활을 거지에게 건네도록 만듭니다. 구혼자들은 이 모습을 보며 어이없다는 듯 웃었어요.
마당에서 조용히 진행된 준비
활을 받기 전, 오디세우스는 대문 밖 뜨락으로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와 소치기 필로이티오스를 따로 불러냅니다. 만약 신이 오디세우스를 갑자기 돌려보낸다면 그를 위해 구혼자들과 싸울 것인지를 물었어요. 둘 다 망설임 없이 그러겠다고 맹세합니다.
그제야 오디세우스는 자신이 누구인지 밝힙니다. 많은 고생 끝에 20년 만에 고국에 돌아왔다고 말했어요. 그러고는 파르나소스산에서 멧돼지 사냥을 하다 생긴 다리 흉터를 보여줘 증거로 삼았어요.
말뿐인 재회가 아니었습니다. 오디세우스는 곧바로 실행 지시를 내려요. 에우마이오스에게는 활을 자신에게 넘긴 뒤 여인들에게 거실 문을 잠그라 이르게 했고, 필로이티오스에게는 바깥 마당 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라고 명령했습니다. 안에서 무슨 소리가 나더라도 여인들은 절대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당부까지 덧붙였어요. 활 시험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전투를 대비한 문단속이 끝나 있었던 셈입니다.
활시위 소리와 눈짓 신호
오디세우스는 활을 건네받고도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벌레가 뿔을 파먹지는 않았는지 이리저리 살펴본 뒤에야 시위를 걸었는데, 그 손놀림이 마치 숙련된 음유시인이 새 현을 악기에 묶듯 자연스러웠어요. 팽팽해진 시위가 제비가 지저귀는 소리처럼 맑게 울리자 구혼자들의 낯빛이 하얗게 질렸고, 그 순간 제우스가 하늘에서 천둥을 울렸습니다.
오디세우스는 앉은 자리에서 화살을 집어 시위에 걸고 조준한 뒤 쏘았어요. 화살은 열두 도끼의 구멍을 하나도 빗나가지 않고 모두 꿰뚫고 바깥뜨락까지 날아갔습니다.
그런데 그는 여기서 자기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어요. 텔레마코스에게 눈짓으로 신호만 보내고는, 손님이 그대를 부끄럽게 하지 않았으며 활을 당기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고 자신은 구혼자들의 흉과 달리 여전히 강하다는 말만 남겼습니다. 그러고는 이제 저녁을 먹고 노래와 춤으로 시간을 보낼 때라며 태연하게 말을 돌렸어요. 텔레마코스는 그 신호를 알아듣고 조용히 칼을 차고 창을 든 채 아버지 곁에 섭니다.
안티노오스의 죽음과 뒤늦은 정체 공개
활 시험의 성공과 다음 화살 사이에는 아직 한 걸음이 남아 있었습니다. 오디세우스는 활 시험은 끝났으며 이제 아직 아무도 맞힌 적 없는 다른 과녁을 맞혀 보겠다고 말한 뒤 화살을 날렸어요. 마침 금잔을 두 손으로 들고 막 마시려던 안티노오스의 목을 화살이 꿰뚫었습니다. 그는 잔을 떨어뜨리며 코에서 피를 쏟았고, 걷어찬 식탁 위로 음식이 쏟아졌어요.
구혼자들은 처음엔 이것을 실수라고 믿었습니다. 낯선 자가 사람을 잘못 쏜 대가를 치르게 될 거라며, 그가 죽인 자가 이타카에서 가장 뛰어난 젊은이였다고 책망했어요. 벽 쪽으로 눈을 돌려 방패와 창을 찾았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바로 그때 오디세우스가 자기 정체를 밝힙니다. 자신이 트로이에서 돌아오지 못할 줄 알았느냐고 꾸짖으며, 구혼자들이 재산을 축내고 하녀들을 범하고 자신이 살아 있는데도 아내에게 구혼했으니 신도 사람도 두려워하지 않은 죄로 죽게 되리라고 선언했습니다. 활을 성공시킨 순간이 아니라, 안티노오스를 쏘고 난 직후에야 신분이 드러난 것이었어요.
무기 없는 궁전과 멜란티오스의 배신
구혼자들이 벽을 둘러봐도 방패와 창이 보이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오디세우스가 미리 그 무기들을 창고로 옮겨두었기 때문이에요. 텔레마코스는 아버지의 지시대로 창고에서 자신과 에우마이오스, 필로이티오스가 쓸 방패 넷과 창 여덟, 투구 넷을 챙겨 무장을 마쳤습니다.
그런데 이 무장이 오디세우스 쪽만의 것으로 끝나지 않았어요. 구혼자 편에 서 있던 염소치기 멜란티오스가 뒷길을 통해 몰래 창고로 들어가 방패와 투구와 창을 열두 벌씩 꺼내 구혼자들에게 날라주기 시작한 겁니다. 텔레마코스는 그제야 자기 실수를 깨닫고 아버지에게 창고 문을 열어둔 채로 나온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고백해요.
멜란티오스가 두 번째로 무기를 가지러 갔을 때, 에우마이오스와 필로이티오스가 그를 붙잡습니다. 손발을 묶고 목에 올가미를 채워 창고 기둥 높이 매달아둔 뒤, 둘은 다시 전투 자리로 돌아갔어요.
에우리마코스와 암피노모스가 쓰러진 순서
여기서 순서를 짚어둘 필요가 있어요. 에우리마코스와 암피노모스는 멜란티오스가 구혼자들에게 무기를 가져다주기 전에 이미 목숨을 잃었습니다. 텔레마코스가 무기고에서 무장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 에우리마코스는 검을 뽑아 들고 오디세우스에게 달려들었다가 화살이 가슴을 꿰뚫어 간까지 파고드는 바람에 쓰러졌어요.
암피노모스도 검을 들고 오디세우스에게 곧장 덤볐지만, 텔레마코스가 등 뒤에서 어깨 사이로 창을 찔러 넣으면서 무너집니다. 둘 다 갑옷도 방패도 없는 맨몸이었어요.
구혼자들이 실제로 무장한 채 저항한 건 그다음부터입니다. 멜란티오스가 배달한 방패와 투구와 창으로 구혼자들이 한동안 맞섰지만, 멜란티오스가 두 번째 반출 중 붙잡혀 무기 보급이 끊긴 뒤 남은 구혼자들은 차례로 쓰러졌습니다.
오랫동안 궁전을 짓밟았던 구혼자들이 사라진 뒤, 오디세우스를 배신하고 구혼자들 편에 섰던 하녀들과 멜란티오스도 텔레마코스의 손으로 냉정하게 처벌받았어요. 하루 만에 궁전을 지배하던 무리가 통째로 사라진 겁니다.
페넬로페가 곧장 끌어안지 않은 이유
유모 에우리클레이아가 한걸음에 페넬로페를 깨우러 달려가 남편이 돌아왔다고 알립니다. 그런데 페넬로페는 이 소식을 순순히 믿지 않아요. 신들이 때로 현명한 사람을 미치게 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현명하게 만들기도 한다며 의심했고, 어쩌면 신이 자신을 속이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까지 있었습니다. 죽은 오디세우스는 먼 곳에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확신이 20년 동안 그녀를 지탱해온 체념이기도 했으니까요.
막상 남편이라는 사람 앞에 앉았을 때도 페넬로페는 한참을 말없이 바라만 봅니다. 놀라움과 의심이 뒤섞여 어느 쪽으로도 확신하지 못하는 침묵이었어요. 텔레마코스는 답답한 나머지 어머니를 나무라기까지 합니다. 20년 만에 돌아온 남편에게서 이렇게 멀찍이 떨어져 있는 여자가 또 있겠느냐고요.
침대를 옮기라는 말 한마디
페넬로페는 결국 시험을 던지기로 합니다. 유모에게 오디세우스가 직접 지은 침실에서 그 침대를 꺼내 밖으로 옮겨 놓으라고 지시해요.
오디세우스는 이 말을 듣자마자 발끈합니다. 누가 자기 침대를 옮겼느냐며, 아무리 솜씨 좋은 목수라도 신의 도움 없이는 쉽지 않았을 그 침대는 자신이 두 손으로 직접 만든 놀라운 물건이라고 말했어요.
그러고는 그 침대가 왜 옮길 수 없는 물건인지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해요. 집 안에 자라던 어린 올리브나무를 기둥 삼아 그 위에 돌벽과 지붕을 올렸고, 나무의 윗가지는 잘라내되 밑동은 그대로 남겨 목수 도구로 정교하게 다듬어 침대의 중심 기둥으로 삼았다고 했습니다. 거기에 금과 은을 상감하고 짙은 진홍빛 가죽을 씌웠다는 세세한 제작 과정까지 이어졌어요. 이 침대는 애초에 방과 한 몸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나무를 통째로 베어내지 않는 한 옮길 수 없는 물건이었던 겁니다.
20년의 기다림이 확인된 순간
이 설명을 듣는 순간 페넬로페의 무릎이 풀립니다. 부부와 하녀 한 명만 아는 이 비밀을 정확히 짚어내자, 그녀는 더는 버티지 못하고 오디세우스에게 달려가 목을 끌어안고 입을 맞추며 울음을 터뜨려요. 화내지 말라고, 둘 다 고통받았을 뿐이라고 말하면서요.
여기까지 정리한 건 활 시험과 전투, 침대 확인이라는 세 사건의 뼈대예요. 그런데 안티노오스를 꾸짖는 레오데스의 불길한 예언, 자기 침대를 옮겼다는 말에 발끈하는 오디세우스의 말투, 20년을 버텨온 페넬로페가 눈물로 무너지는 대목은 줄거리 요약보다 원문으로 직접 읽을 때 훨씬 더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위에서 짚은 세 장면은 모두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 21권부터 23권 사이에 놓여 있는 대목이에요. 이 원전을 한국어 번역본으로 찾는다면 민음사에서 김기영 옮김으로 낸 오뒷세이아(ISBN 9788937470219, 2022년 5월 30일판, 1권)가 있습니다. 관련 도서 추천오뒷세이아원작 완역본 책 보러 가기 →
활 시험을 제안한 페넬로페가 그 전까지 어떤 시간을 견뎌왔는지는 페넬로페 신화 정리에서 아내의 시선으로 따로 확인할 수 있어요. 가장 먼저 화살을 맞은 안티노오스가 어떤 인물이었는지는 안티노오스 신화 정리에서, 아버지 곁에서 함께 무장하고 싸운 아들의 이야기는 텔레마코스 신화 정리에서 이어볼 수 있습니다. 활 시험 이전 20년의 항해와 귀향 전체 흐름이 궁금하다면 오디세이아 줄거리 결말 정리에서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