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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 신화 | 오디세이 키르케 오디세우스 관계 마녀의 섬 이야기 정리
부하 스물두 명이 노랫소리를 따라 어느 집으로 들어갔는데, 단 한 사람도 다시 나오지 않았습니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에서 돌아오는 길에 겪은 여러 모험 중에서도, 이렇게 두려움으로 시작해 뜻밖의 협력자를 얻는 것으로 끝나는 사건이 아이아이아 섬의 키르케예요. 오디세이아 10권과 12권에 걸쳐 이어지는 이 이야기를 순서대로 따라가 볼게요.
노랫소리를 따라 들어간 집, 사라진 스물두 명
아이아이아 섬에 배를 댄 일행은 몸도 마음도 지친 채 이틀 밤낮을 그대로 누워 지냅니다. 사흘째 아침이 되어서야 오디세우스는 창과 검을 들고 홀로 섬을 살피러 나섰고, 높은 곳에 올라 울창한 숲 한가운데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발견했어요. 사람이 살고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그는 큰 사슴 한 마리를 잡아 배로 가져왔고, 일행은 그날 해가 질 때까지 그 고기를 나눠 먹었습니다. 이튿날 아침에야 오디세우스는 사람들을 불러 모아 연기 이야기를 꺼냈어요. 그는 부하들을 두 무리로 나누고 투구에 제비를 넣어 어느 쪽이 안을 살피러 갈지 정했는데, 제비는 에우릴로코스에게 떨어졌고 그가 스물두 명을 이끌고 떠났습니다.
숲속 공터에서 그들이 발견한 건 베틀 앞에서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여인이었습니다. 태양신 헬리오스와 오케아노스의 딸 페르세 사이에서 태어난 여신이자, 마법사 아이에테스의 누이인 키르케였어요. 그녀는 일행을 반갑게 맞아들였지만, 에우릴로코스만은 뭔가 수상하다는 느낌에 문 앞에서 발길을 멈추고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안으로 들어간 부하들에게 키르케는 치즈와 꿀, 보리 가루에 프람니아 포도주를 섞은 음식을 내놓았어요. 거기에는 이미 독한 약이 섞여 있었습니다. 음식을 먹은 이들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키르케는 지팡이로 그들을 내리쳤고, 그 순간 사람들은 돼지로 변해 우리에 갇혔습니다. 정신만은 그대로 남아 있어서, 자신이 사람이었을 때의 일을 전부 기억한 채로요.
혼자 남아 지켜보던 에우릴로코스는 동료 중 누구도 다시 나오지 않는 걸 확인하고 배로 달려가 이 사실을 알립니다. 너무 놀란 나머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며 흐느꼈다고 해요. 겨우 정신을 차린 뒤에야 그는 오디세우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전할 수 있었습니다.
혼자 나선 오디세우스와 헤르메스의 약초
오디세우스는 곧장 검을 메고 부하들을 구하러 가겠다고 나섭니다. 에우릴로코스는 그를 붙잡으며 당신마저 돌아오지 못할 거라고, 자신은 배에 남게 해달라고 애원했어요. 오디세우스는 그렇다면 배에서 먹고 마시며 기다리라고 답한 뒤, 홀로 숲길을 걸어 들어갑니다.
가는 길에 청년의 모습을 한 신 헤르메스가 나타나 그를 멈춰 세웁니다. 헤르메스는 부하들이 멧돼지처럼 우리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검은 뿌리에 우윳빛 꽃이 피는 약초 몰리를 건네줘요. 이 약초가 있으면 키르케가 아무리 독한 술을 섞어도 그 마법이 통하지 않는다고 일러줍니다.
헤르메스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 벌어질 일까지 미리 알려줍니다. 키르케가 술이 통하지 않는 걸 알면 지팡이로 내리쳐 돼지로 만들려 할 텐데, 그때 검을 뽑아 죽일 듯이 달려들라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그녀가 잠자리를 청하더라도, 더는 해코지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먼저 받아내지 않으면 오히려 힘을 잃고 만다는 경고도 덧붙였습니다.
마법이 통하지 않은 순간
키르케의 집에 이른 오디세우스를 그녀는 은을 박아 넣은 화려한 의자에 앉히고, 황금 잔에 담긴 음료를 건넸습니다. 그는 그 잔을 그대로 마셨어요. 몰리 덕분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당황한 키르케는 곧바로 지팡이를 휘두르며 "이제 돼지우리로 가서 다른 이들과 함께 눕거라" 하고 외쳤습니다. 하지만 오디세우스는 짐승으로 변하지 않았고, 그 대신 검을 뽑아 그녀를 죽일 듯 달려들었어요.
키르케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그의 다리를 붙잡으며 애원했습니다. 그녀는 그가 누구인지 곧바로 알아보고는, 헤르메스가 오래전부터 언젠가 이 배를 타고 찾아올 거라 예언했던 바로 그 용사 오디세우스가 맞느냐고 물었어요. 그녀 자신이 오래 전해 들어온 예언이 눈앞에서 그대로 실현된 셈이었습니다.
오디세우스는 헤르메스가 일러준 대로 움직였습니다. 더는 자신을 해치지 않겠다는 맹세를 먼저 하지 않으면 잠자리도 없다고 못박은 거예요. 키르케는 그 자리에서 맹세했고, 그제야 두 사람의 관계는 대결에서 잠자리로 넘어갑니다.
목욕과 잔치, 그리고 다시 사람이 된 부하들
시녀들은 오디세우스를 따뜻한 물로 씻기고 좋은 옷을 입혔습니다. 하지만 그는 차려진 음식에 손을 대지 않고 내내 굳은 얼굴로 앉아 있었어요. 돼지로 변한 부하들을 두고 자기 혼자 잔치를 즐길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정을 알아챈 키르케는 결국 돼지들을 데려와 다른 약을 발라 사람으로 되돌려줍니다. 되돌아온 부하들은 이전보다 더 젊고 훤칠하고 잘생긴 모습이었어요. 그들은 오디세우스를 보자마자 알아보고는 저마다 손을 붙잡으며 눈물로 반가움을 쏟아냈고, 그 소리가 온 집 안을 가득 채웠다고 합니다.
한 해를 눌러앉은 뒤, 부하들이 먼저 꺼낸 말
배에 남아 있던 나머지 일행까지 모두 불러들인 뒤, 오디세우스 일행은 키르케의 집에서 통째로 한 해를 머뭅니다. 매일같이 고기와 포도주가 끝없이 차려지는 잔치가 이어졌어요.
정작 떠나자는 말을 먼저 꺼낸 건 오디세우스가 아니라 부하들이었습니다. 한 해가 다 지나갈 무렵 그들은 그에게 다가와, 살아서 고향 땅을 다시 볼 생각이라면 이제 돌아갈 길을 궁리해야 할 때라고 말합니다. 오디세우스도 그 말에 동의했어요.
저승행이라는 뜻밖의 다음 과제
그런데 키르케는 곧장 배를 보내주지 않았습니다. 고향으로 가기 전에 먼저 저승에 내려가, 눈먼 예언자 테이레시아스의 혼백에게 길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녀는 그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알려줍니다. 가로세로 깊이가 한 팔 남짓한 구덩이를 파고 꿀과 우유, 포도주, 물에 보리 가루를 뿌려 죽은 자들에게 바치라고 했어요. 이어서 검은 암양과 숫양을 잡아 머리를 저승 쪽으로 향하게 하고, 그 피를 구덩이에 흘려 넣으라고 했습니다.
피에 이끌린 다른 혼백들이 먼저 다가오지 못하도록 검을 뽑아 지키고 있다가, 테이레시아스가 나타나면 그에게만 먼저 답을 구하라는 당부도 덧붙였어요. 무사히 돌아오거든 새끼를 낳지 않은 암소를 바치고, 테이레시아스에게는 검은 양 한 마리를 따로 바치겠다는 약속까지 일러두라고 했습니다.
이 저승행에서 실제로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되는지는 테이레시아스 신화 정리에서 이어서 확인할 수 있어요. 오디세우스의 전체 여정 속에서 이 방문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는 오디세우스 신화 줄거리에서 앞뒤 사건과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저승에서 돌아와 다시 만난 키르케
테이레시아스를 만나고 돌아온 오디세우스 일행은 다시 아이아이아 섬에 배를 댑니다. 그들은 모래밭에 배를 올려두고 날이 밝기를 기다리며 잠들었어요.
날이 밝자 키르케가 찾아옵니다. 그들이 저승에 다녀온 걸 이미 알고 있었던 듯, 시녀들과 함께 빵과 고기와 포도주를 들고 서둘러 마중을 나왔어요. 그녀는 산 몸으로 저승에 다녀온 대담함을 인정하면서, 남은 하루는 여기서 실컷 먹고 마신 뒤 이튿날 새벽에 다시 배를 띄우라고 권합니다.
일행은 그 말대로 해가 질 때까지 온종일 먹고 마셨습니다. 해가 지고 부하들이 배 옆에 눕고 나서야, 키르케는 오디세우스의 손을 잡아 무리에서 떨어진 자리에 앉히고 앞길에 무엇이 기다리는지를 하나하나 짚어줘요.
노래로 지나가는 이를 홀리는 세이렌, 열두 개의 뒤틀린 다리와 여섯 개의 목을 가진 괴물 스킬라가 도사린 바위, 배를 통째로 빨아들이는 소용돌이 카리브디스, 그리고 손대서는 안 될 태양신의 소와 양 떼까지 차례로 경고했습니다. 첫 만남에서 시험하고 가두던 쪽이었던 그녀가, 이번에는 먼저 위험을 일러주는 쪽에 서 있었어요.
이 위험들이 실제로 어떻게 펼쳐지는지는 세이렌 신화 정리에서 볼 수 있습니다. 폴리페모스의 동굴에서 시작된 포세이돈의 원한이 이 여정 전체에 어떻게 이어지는지는 키클롭스 신화 정리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붙잡아 두던 첫 만남과 달리, 이번의 키르케는 순순히 보내주는 쪽을 택했습니다. 위협하던 존재가 조력자로 바뀌는 이 변화가 오디세우스와 키르케 관계의 핵심입니다.
키르케와 자주 헷갈리는 인물, 칼립소
키르케는 종종 칼립소와 혼동되는데, 두 인물은 등장하는 권부터 다릅니다. 키르케는 10권과 12권의 아이아이아 섬에, 칼립소는 5권의 오기기아 섬에 각각 등장해요.
오디세우스를 대하는 태도도 갈립니다. 키르케는 검을 겨눈 대결 끝에 협력자로 돌아섰지만, 칼립소는 처음부터 그를 놓아주지 않으려는 쪽에 가까웠어요. 칼립소 쪽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칼립소 신화 정리에서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정리한 흐름은 사건과 순서를 중심으로 뽑아낸 줄거리예요. 헤르메스가 미리 건넨 경고, 검을 뽑아 든 순간 키르케가 무릎을 꿇고 예언을 확인하는 대목, 부하들이 먼저 귀향을 재촉하는 장면처럼 실제 원문에만 있는 대화와 세부는 요약만으로는 잘 전달되지 않습니다.
이 글이 따라간 사건은 모두 오뒷세이아 10권과 12권에 들어 있어요. 그 두 권을 원문 그대로 읽어보고 싶다면 민음사 김기영 번역 오뒷세이아 완역본에서 앞뒤 맥락까지 이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관련 도서 추천오뒷세이아원작 완역본 책 보러 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