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신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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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렌 신화 | 노래로 유혹하는 존재, 오디세우스가 살아남은 방법과 이름의 뜻

세이렌 신화 | 노래로 유혹하는 존재, 오디세우스가 살아남은 방법과 이름의 뜻

어느 작은 섬 앞바다에 다다르자, 배 위에 있던 선원들의 귀는 이미 밀랍으로 막혀 있었어요. 그 섬에서 노래가 들려온다는 사실을 오디세우스는 출발 전부터 알고 있었거든요.

키르케가 미리 귀띔해 준 정보였습니다. 노래를 들은 뱃사람은 배를 세우고 그대로 눌러앉아 다시는 떠나지 못한다는 경고였죠. 그런데 오디세우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그 노래를 아예 피하는 것이 아니라, 듣되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몸을 묶어두는 쪽이었습니다.

키르케가 미리 건넨 경고

오디세우스가 다음 항로를 묻자, 키르케는 세이렌들이 있는 곳을 지나야 한다고 알려줍니다. 그들은 초록빛 풀밭에 앉아 노래를 부르는데, 그 노래가 너무 달콤해서 가까이 다가간 사람은 죽음에 이른다고 설명했어요.

키르케는 그 풀밭 주변에 살이 아직 채 썩지 않은 사람 뼈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고 덧붙입니다. 노래에 홀려 배를 세운 이들이 그대로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고 남긴 흔적이라는 뜻이었죠.

그러면서 키르케는 하나의 방법을 알려줍니다. 선원들의 귀는 밀랍으로 막아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게 하고, 오디세우스 자신이 노래를 듣고 싶다면 돛대 중간에 몸을 세워 묶으라는 것이었어요.

여기에는 단서가 하나 더 붙었습니다. 만약 그가 풀어달라고 애원하거나 몸짓으로 신호를 보내더라도, 선원들은 오히려 밧줄을 더 단단히 조여야 한다는 것이었죠. 노래를 들으면서도 그 노래에 흔들리지 않을 방법은 애초에 없다는 전제가 깔린 경고였습니다.

밀랍을 이기고, 돛대에 몸을 묶다

섬이 보이기 시작하자 오디세우스는 키르케가 일러준 대로 움직입니다. 먼저 밀랍 덩어리를 잘라 손으로 주무르고 햇볕에 데워 부드럽게 만든 다음, 선원들의 귀에 하나씩 채워 넣었어요.

선원들의 귀를 막은 뒤에는 오디세우스 차례였습니다. 그는 선원들에게 자신을 돛대 중간에 세운 채 손과 발을 모두 묶으라고 지시했고, 선원들은 그 말대로 그를 단단히 결박한 뒤 다시 노를 잡았어요.

이렇게 해서 배 위에는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 오디세우스뿐이었습니다. 나머지 선원들은 듣지도 못한 채 오직 노를 젓는 데만 집중할 수 있었죠. 위험을 피하는 대신, 위험을 듣되 몸으로 막는 쪽을 택한 셈이었어요.

노래가 시작되고, 오디세우스가 몸부림친 순간

배가 섬에 가까워지자 세이렌들의 노래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오디세우스를 이름난 자라 부르며, 자신들 곁을 그냥 지나친 사람은 이제껏 아무도 없었다고 노래했어요.

노래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트로이에서 그리스인과 트로이인이 겪은 온갖 고난을 자신들이 다 알고 있으며, 세상에서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까지 말해줄 수 있다고 했죠. 오디세우스가 가장 궁금해할 법한 것들을 정확히 짚어 내미는 약속이었습니다.

그 노래를 들은 오디세우스는 더 듣고 싶은 마음에 눈살을 찌푸리며 선원들에게 풀어달라는 몸짓을 보냅니다. 하지만 선원들은 오히려 노 젓는 속도를 더 높였고, 에우릴로코스와 페리메데스는 그를 더욱 단단한 밧줄로 다시 묶었어요.

키르케가 미리 경고했던 바로 그 장면이 그대로 벌어진 것이었습니다. 오디세우스 자신조차 노래 앞에서는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했지만, 미리 정해둔 규칙과 선원들의 손이 그를 대신 붙잡아준 셈이었죠.

노래가 멀어진 뒤, 다음 위험으로

배가 섬을 완전히 벗어나 노랫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되자, 선원들은 그제야 자신들의 귀에서 밀랍을 떼어내고 오디세우스를 묶었던 밧줄을 풀어줍니다. 노래 앞에서 유일하게 버틴 것이 아니라, 애초에 버틸 필요가 없도록 몸을 묶어둔 덕분에 살아남은 순간이었어요.

하지만 이 항해에서 위험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세이렌의 노래를 지나자마자 오디세우스 일행은 곧바로 또 다른 좁은 해협, 스킬라와 카리브디스가 마주 보고 있는 구간으로 들어서게 되거든요. 키르케가 한 번의 대화에서 함께 경고했던 위험들이 순서대로 이어진 것이었습니다.

세이렌이라는 이름에 담긴 뜻

세이렌은 그리스어로 세이레네스, 라틴어로는 사이렌으로 적히는 존재예요. 이름에는 '휘감는 자' 또는 '묶는 자'에 가까운 뜻이 담겨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노래로 사람을 홀려 그 자리에 붙잡아두는 존재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름에 담긴 뜻과 실제 이야기 속 행동이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지는 셈이에요.

이 이야기를 더 따라가고 싶다면

이 장면에서 정말 흥미로운 지점은, 세이렌이 내건 미끼가 쾌락이 아니라 지식이었다는 것과 오디세우스가 그 앞에서 자신의 판단력을 믿지 않고 통제권을 통째로 선원들에게 넘겼다는 점이에요. 본문에서는 그 순간의 몸짓과 선원들의 대응까지만 다뤘지만, 원전에는 그가 왜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노래를 들으려 했는지, 그리고 이 선택이 바로 이어지는 스킬라·카리브디스 통과 방식과 어떻게 다른지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세이렌이 부른 노래는 원전에 실제 가사로 적혀 있고, 밀랍을 데우고 결박을 지시하는 준비 과정도 동작 하나하나가 그대로 남아 있어요. 이 글에서는 흐름을 위해 줄여 옮긴 부분이라, 그 대목의 말과 순서를 직접 확인하고 싶다면 12권을 원전으로 읽어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민음사에서 나온 오뒷세이아(김기영 역)는 호메로스 원전을 김기영 역자가 우리말로 옮긴 판본이에요. 키르케의 경고와 세이렌의 노래가 원문에서 어떤 말로 적혀 있는지, 이 글이 풀어 쓴 대목을 번역문 그대로 대조하며 읽고 싶은 분께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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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렌 이야기를 계기로 그리스 신화 전반이 궁금해졌다면 해밀턴의 그리스로마신화(현대지성)처럼 여러 신화를 한 권에 정리한 해설서를 곁들이는 방법도 있어요. 오디세우스의 항해 자체를 더 깊이 따라가고 싶은 분이라면 앞의 원전 쪽이, 신화 속 인물과 사건의 큰 얼개를 먼저 익히고 싶은 분이라면 이쪽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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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이야기로 이어지는 인물들

세이렌을 지나자마자 마주치는 또 다른 위험은 스킬라 신화카리브디스 신화에서 이어집니다. 이 모든 경고를 처음 건넨 인물의 이야기는 키르케 신화 정리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이 장면이 오디세우스의 전체 귀향 여정에서 어디쯤 위치하는지는 오디세우스 여정 지도에서, 작품 전체의 줄거리와 결말은 오디세이아 줄거리 결말 정리에서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