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신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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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클롭스 신화 | 오디세이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 오디세우스 포세이돈 관계 정리

키클롭스 신화 | 오디세이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 오디세우스 포세이돈 관계 정리

배 한 척이 낯선 섬에 닿아요. 트로이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던 오디세우스 일행은 물과 먹을거리를 구하러 동굴 하나를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갑니다. 이 동굴 안에서 오디세우스가 내린 선택 하나가, 이어지는 사건들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갑니다.

동굴 속에서 발견한 양과 치즈

동굴 안에는 새끼 양과 염소를 가둔 우리, 그리고 잘 정리된 치즈 덩어리가 가득했어요. 함께 간 동료들은 필요한 만큼만 챙겨 얼른 배로 돌아가자고 재촉했습니다.

하지만 오디세우스는 동굴 주인이 어떤 손님 대접을 하는지 직접 보고 싶다며 그 자리에 남기로 했어요. 이 선택 하나가 이후 벌어지는 모든 일의 시작이 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굴의 진짜 주인,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가 양 떼를 몰고 돌아옵니다. 그는 사람 여럿이 달려들어도 꿈쩍하지 않을 거대한 바위로 입구를 막아버렸고, 오디세우스 일행은 그 순간부터 스스로 걸어 들어간 감옥에 갇힌 신세가 되었어요.

손님을 기다리던 오디세우스의 기대와 달리, 폴리페모스는 동료 몇 명을 그 자리에서 붙잡아 먹어치우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습니다. 남은 일행에게는 밤새 뜬눈으로 다음 날을 두려워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어요.

'노바디'라는 이름과 포도주 한 잔

당장 폴리페모스를 죽여버리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사정이 있었어요. 입구를 막은 바위를 치울 수 있는 건 그만한 힘을 가진 폴리페모스뿐이었고, 그를 죽이면 남은 일행도 동굴 안에 영영 갇히는 셈이었거든요. 살아 나가려면 그를 죽이지 않으면서도 완전히 무력화할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오디세우스는 챙겨온 독한 포도주를 폴리페모스에게 내밉니다. 거인은 그 술맛에 취해 이름을 물었고, 오디세우스는 자신을 '노바디'라고 답했어요. 그렇게 몇 잔을 더 받아 마신 폴리페모스는 이내 완전히 곯아떨어졌습니다.

일행은 그사이 미리 다듬어 불에 달궈둔 올리브나무 말뚝을 준비했어요. 잠든 폴리페모스의 하나뿐인 눈을 그 말뚝으로 힘껏 찔러버립니다. 앞을 잃은 거인은 고통에 울부짖으며 동굴 안을 헤매기 시작했어요.

이웃 거인들이 그냥 돌아간 이유

비명을 들은 다른 키클롭스들이 동굴 밖으로 몰려와 무슨 일이냐고, 혹시 누가 속임수나 힘으로 해치고 있느냐고 물었어요. 폴리페모스는 그 물음에 그대로 답합니다. 노바디가 자신을 속임수로 죽이려 한다고, 노바디가 자신을 힘으로 죽이려 한다고요.

이웃들은 그 대답을 듣고 오히려 이상하게 여겼습니다. 아무도(노바디) 그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면 이건 병이 난 것일 테니, 아버지인 신 포세이돈에게나 기도해보라고 답하고는 그대로 돌아가 버렸어요.

앞서 밝혔던 가짜 이름이, 사실은 탈출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었던 셈이에요.

양의 배 밑에 매달려 탈출하다

날이 밝자 앞을 보지 못하는 폴리페모스는 양 떼를 밖으로 내보내며 등을 하나하나 손으로 더듬어 확인했어요. 혹시 그 위에 사람이 타고 있지는 않은지 살피려는 것이었죠. 손끝이 다가올 때마다 일행은 숨소리조차 죽여야 했습니다.

오디세우스와 살아남은 동료들은 양의 등이 아니라 배 아래에 몸을 단단히 묶어 매달렸어요. 그렇게 손끝 하나 차이로 동굴을 무사히 빠져나와 배가 있는 곳까지 도망칠 수 있었습니다.

진짜 이름을 밝히자 시작된 폴리페모스의 저주

조용히 노를 저어 멀어졌다면 이야기는 다르게 끝났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배가 충분히 거리를 벌린 뒤, 오디세우스는 해안을 향해 자신의 진짜 이름을 외치고 맙니다. 자신을 속이고 눈을 멀게 한 사람이 노바디가 아니라 오디세우스였다는 사실을, 굳이 밝히지 않아도 될 순간에 스스로 알린 거예요.

본명을 들은 폴리페모스는 곧바로 아버지 포세이돈에게 기도를 올립니다. 그 기도는 한 가지가 아니라 두 갈래였어요. 오디세우스가 아예 집에 돌아가지 못하게 해달라는 것, 그리고 혹시 돌아가더라도 아주 늦게, 동료를 모두 잃은 채 비참한 몰골로 돌아가게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동굴에 남기로 한 첫 선택과, 안전한 거리에서도 참지 못하고 이름을 밝힌 마지막 선택이 같은 사람 안에서 부딪혀요. 바다의 신을 아버지로 둔 상대에게 자기 이름을 스스로 넘겨준 대가는,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아예 막거나 늦추고 동료를 모두 잃게 해달라는 이 기도로 남았습니다.

이 사건을 원전으로 더 읽고 싶다면

여기서 정리한 사건은 《오디세이아》 9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예요. 오디세우스가 이 섬을 벗어난 뒤 어떤 신을 만나고, 또 어떤 유혹과 위험을 거쳐 고향에 닿는지는 이 뒤로도 여러 권에 걸쳐 이어집니다.

다음 이야기로 이어지는 인물들

폴리페모스의 아버지 포세이돈이 왜 이렇게까지 오디세우스를 미워하게 됐는지는 포세이돈 신화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이 섬을 떠난 뒤 오디세우스가 만나는 또 다른 신, 바람을 다스리는 이야기는 아이올로스 신화에서 볼 수 있습니다.

키클롭스 섬 이후 이어지는 항해에서 만나는 마녀의 이야기는 키르케 신화 정리에서, 이 사건이 오디세우스의 귀향 전체 여정에서 어디쯤 자리하는지는 오디세이아 줄거리 순서에서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