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신화 이야기
› 오디세이아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아이올로스 신화 | 바람 주머니를 열어버린 순간부터 두 번째 거절까지

아이올로스 신화 | 바람 주머니를 열어버린 순간부터 두 번째 거절까지

배 한 척이 사방이 청동 성벽처럼 둘러싸인 섬에 닿아요. 바다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 섬의 주인이 오디세우스 일행에게 뜻밖의 선물을 건네지만, 그 선물은 고향을 코앞에 두고 모든 걸 도로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바람을 다스리는 통치자, 아이올로스의 섬

트로이를 떠나 여러 섬을 거친 오디세우스 일행은 히포테스의 아들 아이올로스가 사는 섬에 이릅니다. 이 섬은 성벽처럼 단단한 청동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다고 전해지는 곳이었어요.

아이올로스는 열두 자녀를 두었는데, 아들과 딸을 각각 여섯씩 서로 짝지어 결혼시켜 한 지붕 아래 함께 살게 했습니다. 날마다 잔치가 이어져 궁 안에는 늘 고기 굽는 냄새가 가득했다고 해요.

본문은 그를 "신들에게 사랑받는" 인물로, 제우스가 바람을 다스릴 권한을 맡긴 존재로 그립니다. 다만 그가 올림포스 열두 신에 속하는 신인지, 신들의 총애를 받는 통치자인지는 이 대목만으로 단정할 수 없어요. 이 글은 오디세이아 본문이 보여주는 모습만 다루고, 후대에 갈린 다른 계보나 해석은 별도로 확정하지 않습니다.

한 달의 환대, 그리고 특별한 선물

아이올로스는 오디세우스 일행을 무려 한 달 동안 머물게 하며 트로이 전쟁과 아카이아 함대, 귀향길에 대해 끊임없이 물었습니다. 오디세우스가 이제 떠나야 할 때가 되었다고 말하자, 그는 순순히 길을 열어주기로 합니다.

아이올로스는 소 한 마리의 가죽을 벗겨 자루를 만들고, 그 안에 거세게 울부짖는 바람들을 가두어 은실로 자루 입구를 단단히 묶었습니다. 곁바람 한 줄기조차 새어 나오지 못할 만큼 꼼꼼한 매듭이었죠.

그러고는 오직 서풍만은 자루에 가두지 않고 그대로 불게 두었습니다. 오디세우스 일행이 탄 배를 곧장 고향 쪽으로 밀어줄 바람이었어요. 이 자루는 배 안에 실렸고, 오디세우스는 이것이 무엇인지 동료들에게 밝히지 않았습니다.

아흐레 밤낮, 손에서 놓지 않은 키

서풍을 타고 배는 아흐레 밤낮을 순조롭게 나아갑니다. 열흘째 되던 날에는 마침내 고향 땅이 눈앞에 보일 만큼 가까워져, 해안에서 피어오르는 모닥불 연기까지 알아볼 수 있었어요.

그 아흐레 동안 오디세우스는 배가 더 빨리 갈 수 있도록 단 한 번도 키를 다른 사람 손에 넘기지 않고 스스로 붙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고향이 눈앞에 다다르자 마침내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잠깐 선잠에 빠지고 말아요.

동료들의 의심, 그리고 자루가 열리는 순간

오디세우스가 잠든 사이, 동료들끼리 자루를 두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 사람은 어느 나라를 가든 늘 이렇게 귀한 대접을 받고 좋은 선물까지 챙겨 오는데, 자신들은 트로이에서 돌아오면서도 빈손이나 다름없다는 불만이었어요.

그들은 저 자루 안에 아이올로스가 준 금과 은이 들어 있을 거라 짐작하고, 결국 매듭을 풀어보기로 합니다. 잘못된 판단이 자리 잡은 뒤 벌어진 일이었죠.

자루를 풀자마자 안에 갇혀 있던 바람들이 한꺼번에 울부짖으며 터져 나왔습니다. 그 바람이 폭풍이 되어 배를 그대로 먼바다로 밀어냈고, 눈앞까지 왔던 고향은 순식간에 다시 멀어졌어요.

바람에 떠밀려 되돌아간 섬

소란에 잠에서 깬 오디세우스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차립니다. 배 전체가 통제를 잃고 떠밀려가는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인지 이대로 견디며 살아있는 이들 곁에 남을 것인지 잠시 고민하는 것뿐이었어요.

결국 그는 견디는 쪽을 택했고, 배는 바람에 실려 다시 아이올로스의 섬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고향을 눈앞에서 놓친 뒤 같은 뱃길을 거슬러 되짚어가야 하는 처지였죠.

"하늘이 미워하는 자"라는 거절

섬에 다시 닿은 오디세우스는 아이올로스를 찾아가 사정을 전합니다. 동료들과 몹쓸 잠이 자신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으니 다시 한번 도와달라고 청했어요.

그러나 아이올로스의 답은 단호했습니다. 신들에게 미움받는 자를 다시 돕는 것은 옳지 않다며, 지금 이 처지로 돌아온 것 자체가 하늘의 뜻이 자신에게 등을 돌렸다는 증거라고 잘라 말했죠.

그는 오디세우스에게 당장 섬을 떠나라고 요구했고, 오디세우스는 더 이상 어떤 도움도 얻지 못한 채 무거운 마음으로 섬을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처음 섬에 닿았을 때의 환대와는 완전히 다른 이별이었어요.

바람의 도움 없이 오디세우스 일행은 이제 노를 저어 나아가야 했습니다. 이 좌절 직후 그들이 향하게 되는 곳은 식인 거인들이 사는 라이스트뤼고네스의 항구로, 아이올로스의 섬에서 얻은 유일한 위안이었던 순풍이 사라진 대가를 곧바로 치르게 되는 여정이었죠.

이 이야기를 더 따라가고 싶다면

여기서 정리한 사건은 《오디세이아》 10권 앞부분에 해당해요. 아이올로스의 섬을 떠난 뒤 오디세우스 일행이 라이스트뤼고네스에서 얼마나 많은 배를 잃는지, 그리고 이어서 만나는 키르케의 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같은 10권 안에서 계속됩니다.

바람 자루를 둘러싼 이 대목도 요약이 아니라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읽을 때 동료들의 조급함과 오디세우스의 판단이 훨씬 또렷하게 다가와요. 민음사에서 나온 오뒷세이아(김기영 역)는 그리스어 원전을 우리말로 완역한 판본으로, 이 글이 다룬 10권 전체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오뒷세이아 표지관련 도서 추천오뒷세이아원작 완역본 책 보러 가기 →

한 편의 작품을 통째로 읽기보다 그리스 신화 전체의 지도를 먼저 그려보고 싶다면, 해밀턴의 그리스로마신화(현대지성)도 함께 참고할 만해요. 아이올로스처럼 자주 등장하지 않는 인물도 다른 신화들과 함께 맥락 속에서 짚어주는 구성입니다.

해밀턴의 그리스로마신화 표지관련 도서 추천해밀턴의 그리스로마신화이 책 자세히 보기 →

다음 이야기로 이어지는 인물들

아이올로스를 만나기 전, 오디세우스 일행이 한쪽 눈만 가진 거인과 맞섰던 사건은 폴리페모스 신화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바람 자루가 열린 뒤 다시 노를 저어 향하게 되는 마녀의 섬 이야기는 키르케 신화 정리에서 이어집니다.

이 사건이 오디세우스의 전체 귀향 여정에서 어디쯤 위치하는지는 오디세이아 줄거리 순서에서, 원작을 각색한 영화 속 장면 구성은 영화 정보에서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