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신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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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신화 헤파이스토스 | 대장장이 신 아프로디테 아레스 관계 정리

그리스로마신화 헤파이스토스 | 대장장이 신 아프로디테 아레스 관계 정리

파이아케스 궁정에서는 경기가 막 끝난 참이었어요. 알키노오스 왕이 가장 춤 잘 추는 젊은이들을 불러 세우자, 눈먼 시인 데모도코스가 리라를 들고 그 옆에 자리를 잡습니다. 손님으로 와 있던 오디세우스도 춤과 노래를 함께 지켜보고 있었죠.

데모도코스가 고른 노래는 다름 아닌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의 이야기였어요. 자신의 아내 아프로디테와 전쟁의 신 아레스 사이의 은밀한 관계를, 헤파이스토스가 스스로 벼려낸 장치로 붙잡아 신들 앞에 드러내는 사건이었습니다.

불과 대장간을 다스리는 손

헤파이스토스는 불과 금속을 다루는 신으로 전해져요. 무기와 도구, 정교한 장치를 만들어내는 솜씨가 다른 올림포스 신들과 그를 구분 짓는 특징이었습니다. 이 노래에서도 그를 곤경에서 구해내는 건 힘이나 지위가 아니라, 바로 이 손재주였어요.

태양신이 전해온 소식

아프로디테와 아레스가 몰래 만나는 모습을 처음 알아챈 건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태양신이었습니다. 그는 두 신의 관계를 헤파이스토스에게 곧장 전했어요.

소식을 들은 헤파이스토스는 그 자리에서 아내를 다그치거나 아레스를 찾아가 따지지 않았습니다. 대신 아무 말 없이 대장간으로 향했죠. 화를 드러내는 대신 손을 움직이는 쪽을 택한 셈이었어요.

대장간에서 몰래 벼려낸 사슬

대장간에 들어선 헤파이스토스는 모루를 제자리에 앉히고, 누구도 풀거나 끊을 수 없는 사슬을 벼려내기 시작합니다. 눈으로는 거의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가늘고 정교한 사슬이었어요.

그는 이 사슬을 침상 기둥마다 두르고, 지붕 들보에서도 늘어뜨려 놓습니다. 너무 곱게 짜여 있어 침상에 누울 두 신 중 누구도 그 존재를 알아차릴 수 없었죠.

렘노스로 떠나는 척

함정을 다 걸어둔 뒤, 헤파이스토스는 자신이 가장 아낀다는 섬 렘노스로 떠나는 것처럼 꾸밉니다. 아레스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어요.

헤파이스토스가 집을 나서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아레스는 아프로디테를 향한 마음에 사로잡혀 서둘러 그 집으로 향했습니다. 두 신은 함께 침상에 누웠고, 그 순간 헤파이스토스가 걸어둔 사슬이 두 몸을 그대로 옭아맵니다. 손도 발도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었죠.

돌아선 발걸음, 그리고 신들을 부르는 외침

사실 헤파이스토스는 렘노스에 닿기 전에 발길을 돌린 상태였습니다. 그는 문 앞에 서서 무섭게 소리치며 모든 신을 불러 모았어요.

그는 신들 앞에서 이렇게 외쳤다고 전해집니다. 제우스의 딸 아프로디테가 자신이 다리를 전다는 이유로 늘 업신여기더니, 잘생기고 몸 성한 아레스에게 마음을 주었다고요. 그러면서 그는 아프로디테의 아버지가 자신에게서 받아간 혼인 예물을 돌려줄 때까지, 겉모습은 곱지만 행실은 정직하지 못한 아내를 이대로 붙잡아 두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웃음소리와 자리를 비운 여신들

외침을 듣고 포세이돈과 행운을 나르는 헤르메스, 왕 같은 아폴론이 차례로 달려왔습니다. 반면 여신들은 부끄러움 때문인지 한 명도 나타나지 않고 각자의 처소에 머물렀다고 해요.

사슬에 걸려 꼼짝 못 하는 두 신을 본 남신들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립니다. 아폴론은 곁에 있던 헤르메스에게, 저런 사슬에 묶이는 한이 있더라도 아프로디테 곁에 눕고 싶지 않겠냐고 농담을 건넸다고 전해지죠.

포세이돈의 보증, 그리고 풀려난 두 신

웃음이 잦아들 무렵, 포세이돈이 나서서 헤파이스토스에게 이제 그만 풀어주라고 청합니다. 신들 사이에서 합당하다고 여겨지는 만큼의 배상을 아레스가 반드시 치르도록 자신이 보증하겠다는 것이었어요.

헤파이스토스는 곧바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아레스가 사슬만 풀리면 빚을 남겨둔 채 그대로 떠나버릴 텐데, 그렇게 되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겠냐고 되물었죠. 나쁜 이의 약속은 그 자체로 나쁜 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포세이돈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직접 보증을 서자, 헤파이스토스도 더는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그는 사슬을 풀어주었고, 아레스는 트라케로, 아프로디테는 키프로스의 파포스로 각각 떠나갑니다. 그곳에서는 카리테스 여신들이 아프로디테를 씻기고 기름을 발라주었다고 전해져요.

같은 신, 다르게 전해지는 탄생

헤파이스토스가 누구의 자식으로, 어떤 모습으로 태어났는지는 고대 문헌마다 서로 다르게 전합니다. 헤라 혼자서 낳았다는 이야기와 제우스와 헤라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이야기가 함께 남아 있어요.

다리를 저는 사연 역시 판본마다 세부가 갈립니다. 이 부분을 하나의 계보나 하나의 사건으로 못 박기보다, 여러 전승이 나란히 전해진다는 사실 자체를 알아두는 편이 정확해요. 불과 대장간을 다스리는 신이라는 정체성만큼은 이런 전승 차이와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이어집니다.

로마 신화의 불카누스로 이어지는 이름

헤파이스토스는 로마 신화에서 불카누스로 대응됩니다. 이름은 바뀌어도 불과 대장간을 다스리는 자리는 그대로 이어지죠. 이 사건의 또 다른 두 주인공, 사랑과 아름다움의 여신 아프로디테 신화와 전쟁의 신 아레스 신화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이어서 볼 수 있습니다.

올림포스 신들 전체가 어떻게 얽혀 있는지 궁금하다면 올림포스 신들 입문에서 함께 살펴볼 수 있어요. 헤파이스토스처럼 전승마다 계보가 다르게 전해지는 신들도 여기서 짚어볼 수 있습니다.